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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험 약관, 금감원 개선안에도 소비자 불만 여전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10-08 00:00

금소연 등 소비자단체 반발…“개선 아닌 개악안”
윤석헌표 ‘보험 혁신 T/F’, 새 결과물 도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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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 금융감독원

▲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 = 금융감독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윤석헌닫기윤석헌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보험업계는 전에 없던 풍파를 만나며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윤 원장의 성향이 친서민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의 기조와 맞물리면서 기존에도 금융업계의 ‘민원 화약고’로 통하던 보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생명으로부터 촉발됐던 즉시연금 과소지급 분쟁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암보험 약관으로부터 비롯된 소비자의 민원 분쟁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논란이 되고 있던 암보험의 약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친 소비자 성향을 이어가려 했지만, 기업들의 반발은 물론 소비자단체들까지도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며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한 상태다.

◇ 금감원, 직접치료 개념 명확화-요양병원 특약화 등 개정안 내년부터 시행 예고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한국소비자원,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생명·손해보험협회, 6개 보험사와 합동으로 암보험 약관 개선 TF를 구성, 약 6개월간 의견수렴을 거쳐 암보험 약관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암보험 약관에 대한 문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암보험 환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로, 시민단체들은 금감원 앞은 물론 각 보험사 사옥 앞에서 수 개 월 째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며 금감원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었다.

이번이 금감원이 발표한 개선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암 치료 시 보험 적용이 가능한 항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도록 약관이 개정된다.

또한 최근 분쟁이 잦은 ‘요양병원비’는 직접적인 치료와 무관하지만 별도의 항목으로 보장하는 형태가 된다.

개선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를 구분·열거했다는 부분이다. 현 체제에서 암보험 약관은 대부분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 입원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를 두고 ‘직접적인 치료’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일부 보험사들이 이를 악용해 ‘직접적인 치료’가 아닌 항목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왔던 것이 문제가 됐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치료법이 늘어나며 ‘직접적인 치료’에 대한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른바 ‘요양병원’의 증가도 보험금 지급 분쟁에 영향을 미쳤다.

개선안에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항암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 암을 제거하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수술, 이들을 병합한 복합치료로 규정했다.

반면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볼 수 없는 경우는 식이요법·명상요법 등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 면역력 강화 치료, 암이나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합병증의 치료다.

다만 면역 치료나 후유증·합병증 치료라도 의학적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됐거나 암 수술 등에 필수불가결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 또 호스피스·완화의료,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치료도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본다.

금감원은 요양병원에 대해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요양병원을 찾는 현실을 반영, 새로운 약관에는 요양병원 입원 항목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려 했다.

기존에는 모든 의료기관의 입원보험금이 지급 대상이어서 요양병원 입원을 두고 분쟁이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직접치료 입원과 요양병원 입원이 분리되는 것이다. 요양병원 입원의 1일당 금액과 일수는 보험사가 합리적으로 설정한다.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암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에서 이런 개선안을 반영한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 소비자단체 “오히려 보험사에 유리한 변화” 반발

하지만 정작 소비자단체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못해 차갑기만 하다. 금감원이 개선안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권리에 불리한 ‘개악안’이라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 약관이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쏠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금소연 측은 “현재도 보장되는 요양병원 입원비를 특약으로 떼서 소비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한 것에 불과하다”며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남기는 등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내놓은 개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상기 내용은 언론 보도를 위해 ‘암의 직접치료’ 범위 이해를 돕기 위한 요약(표)이므로 요약 과정에서 보험약관상 ‘암의 직접치료’ 문구와 해석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금감원은 대략적인 틀을 제시했을 뿐, 실제 해석 차이에 대해서는 각 보험사들의 재량에 맡긴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보암모

▲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해 금감원의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보암모



이를 두고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는 상황인 데다, 기존 약관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이처럼 애매한 조항이 있는 것은 유명무실한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보험 혁신에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해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규모나 처해있는 상황이 모두 달라 일원적으로 개정안을 지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번 논란의 또 한 가지 쟁점은 요양병원 입원비 특약이다. 기존 분쟁 조정이나 판례를 보면,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 치료’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무조건 요양병원 입원 보험금은 특약에 가입해야만 받을 수 있게 바뀌게 된다. 사실상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암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의 목적이 항암치료 이후의 휴지기 또는 회복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약관이 개정될 경우 암환자들은 요양병원 치료비를 보장받기 위해 해당 특약을 가입하게 되는데, 이 경우 역으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요양병원 입원비 특약 관련 요율 산출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진행되는 개정인 만큼 환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가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 윤석헌표 ‘보험산업 감독혁신 T/F’, 연내 유의미한 결과물 내놓을까

이 같은 상황에서 윤석헌 원장은 보험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보험산업 감독혁신 T/F’는 보험업계는 물론 금감원 직원까지 배제하고 오직 외부인사로만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윤 원장은 첫 회의에서 “불완전판매와 보험금 미지급 등 잘못된 관행으로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보험업무 전반에 대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윤 원장은 “보험사는 보장내용과 명목 수익률을 강조하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사업비와 이를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다”며, “보험상품의 손익구조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보험약관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상 보험사가 아니라 소비자의 손을 절대적으로 들어주겠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타성에 젖은 관행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해 달라는 이야기도 오고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당초 금감원 중심으로 구성될 계획이었던 이번 TF는 윤 원장의 특별지시로 전원 외부인으로 구성됐다.

TF는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성주호 경희대 교수, 김범 숭실대 교수, 안철경 보험연구원 박사,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 양기진 전북대 교수, 성영애 인천대 교수, 나현철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약 3개월에 걸친 활동을 통해 12월 말께 보험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보험산업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일정이다. 보험 산업의 고질적인 불신 원인을 진단하고 근절 방안을 마련하기에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빠듯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이들 TF가 모여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횟수는 7~8번 내외로 적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11~12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 스케줄이 겹치면 윤석헌 원장이 TF를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의 보험혁신 의지는 높게 사지만, 즉시연금도 그렇고 암보험도 그렇고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속도를 위해 꼼꼼함을 희생하면 결과적으로 제대로 개혁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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