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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즐길 줄 아는 내 자녀가 궁극의 챔피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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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0-06 07:58

무조건적인 경쟁보다는 즐기는 마음을 먼저 심어주는 것이 부모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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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육아수업] 즐길 줄 아는 내 자녀가 궁극의 챔피언
[황유선 언론학 박사] 요즘 아이들은 바빠도 참 많이 바쁘다. 방학 때는 밀린 과목들 보충학습, 내년 혹은 그 다음해를 위한 선행학습, 그리고 좀 더 시간 여유가 있으면 예체능까지도 두루 섭렵한다.

입시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생활이 엄연한 현실인지라 ‘아이다운 삶’, ‘인성이 먼저인 생활’은 유토피아적 발언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삭막한 학교생활 중에 가끔 음악 발표회나 미술대회 그리고 각종 체육 경기가 열리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또 역시나 우리의 짐작대로다.

예술과 감성, 그리고 감동의 시간이 되어야 할 시간이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기 일쑤다.

바이올린 경쟁, 회화 경쟁, 그리고 농구와 축구 경쟁 등 모든 것이 경쟁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이들을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예체능에 모두 만능으로 만들어야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음악 공부가 아닌 진짜 음악을 즐기던 뮤직 쉐어링 행사

네덜란드에서의 일이다. 아이들 학교에서 ‘뮤직 쉐어링’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음악시간에 하는 뮤직 쉐어링은 말 그대로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악기를 학급 친구들과 부모들 앞에서 연주하는 연례 행사다.

아이들의 개성이 발휘되는 시간이라는 설명과 함께 부모 초대장을 받았다. 이미 학교 음악회, 연주회 분위기가 어떤지 잘 알고 있던 나는 긴장이 됐다.

아들은 첼로를 연주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첼로를 한국에서 일 년 정도 배웠는데, 학교 음악회에 나가 ‘당당히’ 꼴지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 뒤로는 아들이 첼로에 소질 없는 것 같으니 첼로는 이제 하지 말기로 하고 접어두었다. 그러니 아들의 첼로 실력은 뻔하지 않겠는가. 그냥 간신히 곡을 하나 끝까지 연주하는 수준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내 속은 심란했다.

뮤직 쉐어링을 앞두고 아들에게 맹렬하게 연습을 시켰다. 몇 번이고 연주할 곡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도록 했다. 아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뮤직 쉐어링에서 다른 아이들은 멋지게 연주할 텐데, 너는 어쩌려고 하니?”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뮤직 쉐어링 당일. 아들보다 더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아이들이 가져 온 악기들은 참 다양했다. 일렉트릭 기타, 실로폰, 리코더, 그리고 창고에서 막 꺼내온 먼지 앉은 통기타. 특히 일렉트릭 기타를 가져온 학생을 보고는 내심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린 초등학생의 일렉트릭 기타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 걸까’, ‘어디에서 레슨을 받았을까’.

그런데 그 학생이 일렉트릭 기타를 부여잡고 ‘띵~’ 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난 살짝 속으로 웃었다.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코드를 잡아가며 ‘반짝반짝 작은 별’을 연주했다. 현란한 몸놀림이나 노련한 손놀림으로 유명한 록 음악을 연주하는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그냥 귀엽게 정성껏 동요 한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놀랍게도 학생들과 부모들은 그 모습을 아주 진지하게 바라보며 감상한 뒤 연주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다음 차례는 피아노 연주였다. 나는 ‘그래, 피아노는 좀 보편적인 악기이니까 수준이 상당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학생은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들려준다고 했다. 물론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대단한 교향곡을 작곡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린 나이에 작곡을 했다고 하니 음악에 천재적 소질이 있는 학생인가보다 기대됐다. 그런데 작곡한 곡인즉슨, 젓가락 행진곡 첫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간단하고 짧은 연주였다.

그 다음 학생은 통기타를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아침에 아빠가 기타를 창고에서 꺼내주려 하지 않는 바람에 곤란했었다는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럼 연습도 한 번 안 하고 왔다는 말이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은 그저 기타 줄을 퉁퉁 튕기며 무엇인지도 모를 노래를 들려줬다.

드디어 아들의 순서가 왔다.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아들이 첼로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오니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대단할 것 없고 실수도 많았던 변변찮은 연주였지만, 아들이 연주를 마치고 일어나 인사할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황유선의 육아수업] 즐길 줄 아는 내 자녀가 궁극의 챔피언
경쟁보다는 즐기는 문화를 먼저 알려줘야

문득 한국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음악경연대회를 앞두고 아들은 몇 달 동안 주 3회 이상 첼로 레슨을 받았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게 컸고 시간도 많이 할애해야 했지만, 그렇게 연습을 하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위안을 삼고 연습을 시켰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찔했던 순간은 경연대회 당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과 첼로를 들고 학교 대기실에 들어간 순간 아들도 나도 얼어버렸다. 대기실 문을 열자, 마치 음대 입시장 같은 긴장감이 확 불어 닥쳤기 때문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웃거나 떠들지도 않고 열심히 연습에만 몰두했다.

내 맞은편에 앉은 아들은 잔뜩 얼어버렸고, 얼굴 표정을 보니 주눅이 많이 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당연히, 그날 아들은 음악 경연대회 첼로 부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나는 아들을 격려하며 다시는 이런 대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돌이켜보면, 아들은 방학 내내 첼로 레슨을 그렇게 열심히 받으면서 하나도 즐거워하지 않았다. 아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풍요로워지기는커녕 아들의 마음속에는 부담만 쌓였던 것 같다. 나조차도 아들의 연주를 감상하지 않았다. 실수 없이 더 잘 연주하라고만 아들을 몰아쳤다.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아들에게 그런 시간을 강요했던 내 모습은 참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아이들 뮤직 쉐어링을 보는 가운데 뒤통수가 띵 할 정도로 나의 사고 체계는 새롭게 조합되고 있었다.

그 아이들 중 누군가는 음악 전공자가 될 수도 있을 테지만 음악, 혹은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 뭐든 남보다 잘 해야 하는 경쟁의 관점이 아니다.

[황유선의 육아수업] 즐길 줄 아는 내 자녀가 궁극의 챔피언
우선 음악을, 예술을 즐기고 거기에 몰입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탐색하는 게 먼저였다.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고, 남과의 경쟁우위에 서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 적어도 예술의 경지에서는 말이다.

아들은 그 날 첼로를 연주하고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를 보여줬다.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물론, 그 이후 여전히 첼로를 손에 잡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아들에게는 첼로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마지막으로 남았을 것이다.

즐기는 자는 열심히 하는 자의 경지를 넘어선다. 자기가 즐기는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자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경쟁을 의식하기보다 그것을 먼저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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