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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라이프, 사명 변경 시너지 기대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9-17 00:00

DB손보·ABL 사명변경 영업 효과 톡톡
그룹 정체성·대주주 변경 등 이미지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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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라이프 새 CF.

▲ 오렌지라이프 새 CF.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사명변경’은 다른 업권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할 행보로 통하지만, 장기적인 호흡으로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업권에서는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은 통상적으로 10년에서 20년 정도의 긴 계약기간을 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회사의 이름이 주는 신뢰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편이다.

여기에 리브랜딩 및 마케팅 과정에서 드는 비용 또한 적지 않은 수준이므로, 인지도 손실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특히 설계사들의 영업 현장에서 느끼는 타격이나 불편함 등 부정적 효과가 더 많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DB손해보험, ABL생명, 오렌지라이프. 푸본현대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잇따라 사명 변경에 나서며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의 사명 변경은 자의보다는 대주주 변경이나 상표권 만료 등의 외부 요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뤄진 터라, 처음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에서 단행됐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지난해 사명변경을 단행한 DB손해보험(구 동부화재),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 등은 이듬해 역대 최대 실적 경신, 흑자전환 등의 가시적 성과를 내며 업계로부터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 동부에서 DB로, DB금융 맏형 DB손보 순항, 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 개선 부심

DB손해보험과 DB생명의 전신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은 상표권을 지닌 계열사 동부건설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동부’라는 브랜드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서 사명이 바뀐 경우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6월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돼면서, 그룹 입장에선 매년 거액의 브랜드사용료를 물어야 할 처지가 된 만큼 사명 변경이 불가피했다. 동부건설의 사명만 바꾸자니 그룹 전체의 정체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룹은 어쩔 수 없이 전체 계열사들의 사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에 보험 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역시 동부의 영어약자인 ‘DB’로 간판을 바꿨다. 여기에 ‘Dream Big’이라는 별도의 의미까지 부여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보험업계 및 IB업계는 DB손보와 DB생명의 리브랜딩 및 마케팅 과정에 2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DB 금융 계열사들의 맏형격인 DB손해보험은 2017년 11월에 이름을 바꾼 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을 겪었다. DB손해보험은 1분기에 순이익 1102억 원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30.8%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겨울철 극심한 한파와 폭설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사명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리브랜딩 비용 등 일시적 손해가 반영되며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DB손보는 2분기에 1933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손해율, 사업비율, 투자수익률 등 모든 지표에서 1분기보다 나은 성적을 거뒀다. 사명변경으로 잠시 흔들렸던 재무 재표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더 나은 하반기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DB손보에 비해 규모가 작은 DB생명은 사명변경 이전에도 IFRS17에 대비한 자본확충으로 여념이 없었다. DB생명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3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과 800억 원의 후순위채로 도합 1100억 원 어치의 자본 확충을 진행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

한편 DB생명의 상반기 매출액은 11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251억 원에 비해 7.26%가량 줄었다. 체질개선 과정에서 판매 상품군이 저축성보험 위주에서 보장성보험으로 바뀌면서 매출액 규모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 지난해 공개된 DB손해보험 ‘동부화재의 새 이름 DB손해보험’ Song편 CF 화면.

▲ 지난해 공개된 DB손해보험 ‘동부화재의 새 이름 DB손해보험’ Song편 CF 화면.



◇ 알리안츠에서 ABL로, 안방보험 리스크 어떻게 넘을까

ABL생명의 전신인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2016년 중국 거대자본인 안방보험의 품에 안겼다. 이에 따라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8월 ‘A Better Life’라는 뜻이 담긴 ABL생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초반에는 사명 변경을 두고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이들이지만, 오히려 안방보험의 거대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ABL생명은 세련된 마케팅과 TV광고로 단숨에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ABL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연 환산보험료가 전년 대비 2.4배 성장했으며, 3년 동안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던 당기순이익 역시 26억 원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외국계 보험사답게 지급여력비율 관리도 2분기 기준 234%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올해 초 ABL생명의 대주주였던 안방보험이 예기치 못한 경영 리스크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그간 불투명한 경영구조로 논란이 돼 왔던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접수하고, 오너였던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을 법정에 세웠다. 이로 인해 안방보험의 경영권이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에 넘어가면서, 안방보험의 국내 계열사인 ABL생명은 위기설에 휩쌓였다.

ABL생명은 같은 안방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에 비해 상황이 더 좋지 않은 편이다. ABL생명은 올해 1분기 변액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저축성보험 비중이 줄면서 보험료수입 자체는 절반 이상 줄었다. 이들의 1분기 보험료수익은 38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8586억 원에 비해 55%나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ABL생명은 올해 들어 치아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을 늘린 상품을 빠른 속도로 연달아 출시하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IFRS17 대비 체질개선에 어떻게든 발을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계는 중국 정부의 손에 넘어간 안방보험이 해외자산 매각을 벌이게 되면 ABL생명 역시 매각 대상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생보사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오렌지라이프가 긴 진통 끝에 신한금융지주의 품에 안긴 지금,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차선책으로 ABL생명 등의 매물을 가시권에 넣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오렌지라이프·푸본현대생명, 사명 변경 이후 장밋빛 미래 꿈꾼다

지난해 두 회사에 이어 올해에도 보험사들의 사명변경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이미 ING생명은 지난 3일 ‘오렌지라이프’로 간판을 교체했으며, 현대라이프생명 역시 13일을 기해 ‘푸본현대생명’으로의 사명 변경을 진행했다.

NG생명은 상표권 만료로 인해 내달 3일 새로운 사명인 ‘오렌지라이프’로의 새 출발을 예고한 상태다. 당초 이들의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네덜란드 ING그룹과 계약을 맺은 브랜드사용 기간은 올해 12월까지였지만, ING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 연착륙을 위해 예정보다 일찍 사명 변경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오렌지라이프’라는 이름은 지난 2년간 고객신뢰도 조사, 해외 벤치마킹, 브랜드전문 컨설팅 등을 통해 결정됐다. ING생명은 일찍부터 사명변경을 염두에 두고 자사 상품명에 ‘ING’라는 이름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용감한 오렌지보험’, ‘오렌지 금리연동 종신보험’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품에 ‘오렌지’라는 수식어를 더 강조시켜 판매에 나서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라는 든든한 서포터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함에 따라 향후 활동에 있어서도 보다 안정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지주의 기존 보험사인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61조 규모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5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중 영업 채널과 판매 상품이 제한돼있는 농협생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통합신한생명’이 업계 4위 자리를 넘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수 년 째 이어지던 생보업계 ‘빅3’ 체제를 ‘빅4’ 구도로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에서 대만 푸본생명으로 바뀌면서 국내 최초의 대만계 생명보험사인 ‘푸본현대생명’으로 새 출발했다.

다만 경영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고려해 이재원닫기이재원기사 모아보기 사장은 그대로 CEO 자리를 지키며,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역시 이사회 의장 자리를 유지함에 따라 당분간 경영권에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이달 말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으로부터 각각 2336억 원, 603억 원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고 재무건전성 개선 및 영업력 늘리기에 나선다. 증자가 완료되면 당국 권고기준인 150%대를 간신히 넘기던 지급여력비율이 200% 이상으로 끌어올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6년 연속으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실적 역시 2분기 연속 1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며 보다 밝은 미래를 점치게 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기존 금융사업보다 복잡한 계기판이 많고 개혁적 접근보다는 둔보의 접근이 적절한 보험업이어서 힘들었지만, 드디어 이륙의 시작이 보인다”는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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