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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필름의 몰락과 LG 스마트폰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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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8-20 00:00 최종수정 : 2018-08-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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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승한 기자

▲사진: 김승한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승한 기자] 2012년 단월, 세계적인 필름제조사 코닥(Kodak)이 미국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코닥의 130년 역사가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말로는 비참했다. 한때 세계 필름 시장 9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황금기를 누렸던 코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각종 사업부 매각은 물론, 특허 기술까지 팔았다.

코닥의 몰락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 때문이다. 1998년께 일본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되자 필름 카메라는 점점 사장되기 시작했다. 이내 코닥의 수익과 입지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는 코닥이었다. 그러나 코닥은 이 신기술을 외면했다. 회사를 대표하고 100년 이상 꾸려온 필름카메라의 상징성이 훼손될 것이 우려되고 디지털 카메라 출시로 주력사업이 붕괴된다는 안이한 판단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변화를 제때 간파하지 못하고 필름 사업 기득권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했던 것이 130년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도 이 같은 관점에서 맥이 닿아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 등 피처폰으로 승승장구했던 LG전자는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점유율 3위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이게 독약이었다. 애플을 필두로 휴대전화 시장에는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이식되고 있었지만 피처폰 신화를 쓰던 LG전자는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시장은 스마트폰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었지만 한동안 LG전자는 피처폰에만 역량을 집중했다. 대응이 늦었던 대가는 혹독했다. LG전자의 존재감은 미미해졌고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대까지 주저앉았다.

LG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지금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째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손실만 약 2조 4000억원에 이르며 2016년 4분기에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 467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TV 및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HA사업본부가 매분기 호실적을 달성하며 회사 내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해 해내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금 LG전자에겐 두 가지 문제가 상존해 있다. 혁신을 통한 실적반등을 이어갈지, 아예 스마트폰 사업부를 저버릴 지다.

우선 기능과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지금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가 내놓을 혁신과 차별성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간 LG전자가 혁신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모듈 교체형 스마트폰, 경쟁사보다 빠른 듀얼카메라 탑재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결과는 미진했다.

이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혹은 애플이라는 ‘브랜드 회상(brand recall)’이 자각된 소비자의 인식 문제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모델은 차치하고 지금 LG전자 스마트폰을 보면 스펙이나 기능면에서도 경쟁사에 딸리지 않는 고성능을 자랑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업부를 아예 포기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매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매출로 따져봤을 때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안고 가기에는 LG전자 측에서 부담이라는 이유에서다.

주요 사업부가 올해 상반기 1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에 비해 MC사업본부는 3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하지만 스마트폰이 가지는 상징성과 전후방 시너지가 남다른 사업부 특성상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란 힘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코닥 필름사업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필름 사업을 고집해 골든타임을 놓친 코닥과 LG전자의 피처폰 사례가 교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도 있다. 코닥은 필름과 카메라 사업부를 매각시키고 인쇄와 그래픽커뮤니케이션 분야만 남기는 것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코닥이 가까스로 파산을 면할 수 있었던 것도 과감한 매각 결정이 주효했다. 100년 넘게 이어온 회사의 자산이자 대표 사업부문인 필름사업을 남겨뒀다면 지금의 코닥마저 장담할 수 없었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안고가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쟁쟁한 경쟁사들 사이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영속성은 담보되기 어려워 보인다. 적자를 이어가며 LG전자 이익을 갉아 먹느니 포기하는 방안이 옳을 수도 있다. 단순 상징성과 사업부 시너지로 치부하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

20년을 넘게 이어온 휴대전화 사업을 없애기는 LG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1882년부터 필름 사업을 유지해온 코닥은 오죽했을까.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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