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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동참 필요한 비닐봉지 규제 정책

신미진 기자

mjshin@

기사입력 : 2018-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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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미진 기자

▲사진 : 신미진 기자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동네 장사하려면 이러면 안 되지.”

지난 주말 대학시절 오랫동안 근무했던 동네 슈퍼마켓을 찾았다. 최근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자처했다. 마침 인근 경쟁 마트가 무상으로 비닐봉투를 제공하다가 일명 ‘봉파라치’에게 잡혀 과징금을 받은 터라 카운터에는 ‘비닐봉투 값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카운터에 선지 약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야말로 ‘20원 전쟁’이 시작됐다. 막걸리 두 병을 계산하던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은 봉투가 필요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돈을 받냐”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20원의 봉투값을 지불한 그는 “동네 장사 한 두 번하는 것도 아니고…”라는 말을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

다음 전쟁은 퍽이나 난감했다. 앳된 모습의 여학생이 여성용품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온 것. 보통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이동이 편하도록 검정색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해왔다. 학생은 여성용품 제 값만 가져온 상황. 학생과 고민 끝에 카운터 옆에 꽂혀있던 신문지로 여성용품을 돌돌 감싸는 비책(?)을 생각해냈다.

이밖에 비닐봉투를 둘러싼 다양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 고객은 계산이 다 끝난 뒤 비닐봉투가 필요하다며 카드를 내밀었다. 물론 20원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지만 가게 주인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한 번은 그동안 구매했던 15장을 모아왔다며 내민 오물이 묻어있는 비닐봉투 값을 돌려준 뒤 닦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나마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사용률이 높은 편이었다. 인근 편의점주는 “누가 술이나 담배를 사러 편의점을 이용하는 데 장바구니를 가져오겠냐”며 “항상 봉투값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옆 편의점은 준다며 역정을 내실 때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손님과의 ‘일회용품 전쟁’은 비단 유통채널만의 고충이 아니다. 최근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많은 커피 전문점들은 정부의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매장 곳곳에는 권고를 넘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종로에 위치한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잠깐 얘기만하고 바로 나갈꺼니 일회용컵에 달라는 손님이 많다. 그럴 경우 머그컵을 사용하다가 나갈 때 일회용컵으로 바꿔드린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되는 손님 표정에 이건 안내가 아니라 거의 읍소 수준”이라며 “머그컵과 일회용컵을 두 번 사용하는 게 오히려 더 낭비가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사실 일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는 최근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0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대규모 점포와 33㎡(약 10평) 이상 규모의 도·소매업장에서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금지해왔다.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단속 강화에 나섬에 따라 비닐봉투에 환경부담금 명목의 금액이 붙어 판매되고 있지만 워낙 ‘공짜’ 인식이 강했던 탓에 활성화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무상제공이 금지된 뒤 10여년이 흐른 2015년 기준 국내 비닐봉투 사용량은 1인당 420개 이상으로 독일보다 무려 6배 가량 많다. 국내 비닐봉투 생산량은 2003년 125억개, 2008년 147억개, 2013년 191억개, 2015년 216억개로 오히려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환경 보호를 위한 단속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부는 내달부터 연면적 33㎡ 이상인 커피전문점에 대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에 나선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도 일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 하는 매장을 단속해 5~3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업체들은 매장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제외한 제품을 담는 용도의 일회용 봉투를 일절 판매하고 있지 않다. 종이백 마저도 장바구니로 대체되는 추세다. 편의점 GS25는 최근 업계 최초로 종이 쇼핑백 판매에 나섰다. 크기에 따라 100~150원에 판매된다.

문제는 체계적인 대비가 어려운 골목 상권이다. 더 이상 동네 소규모 매장이 소비자와 판매자간의 비닐봉투 전쟁터로 변하게 해선 안 된다. 정부의 규제와 더불어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환경 보호를 위한 진정한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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