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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배당사고, 일감 몰아주기 적폐 논란

증권부

김수정 기자

기사입력 : 2018-04-16 00:00 최종수정 : 2018-04-16 10:05

전산운용비 700억원 가장 많이 쓰고도 큰 사고
삼성SDS가 80% 맡아…“몰아주기 조사해야”

▲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타운금융센터에서 열린 ‘배당사고 관련 고객 및 투자자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삼성증권 배당 사고를 삼성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 적폐의 일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매년 전산운용비로 600억~700억원을 쓰면서도 정작 전산 시스템과 인력을 허술한 상태로 방치해둔 데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나아가 해마다 삼성SDS에 총 전산운용비의 80%를 내면서도 업무 소홀을 눈감아주면서 시스템 노후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 ‘113조’ 배당사고, 100% 인재?

삼성증권의 113조원 규모 유령주식 배당 사태의 여파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배당으로 주당 현금 1000원씩을 지급하는 대신 주당 주식 1000주씩을 보냈다. 이는 삼성증권 발행 주식 수의 200배에 해당하는 ‘유령 주식’이다. 우리사주 283만주 전량에 삼성증권 주식 1000주씩 총 28억주가 배정됐다고 가정해 사고당일 종가로 계산하면 113조원이다.

삼성증권은 뒷수습에 사력을 쏟고 있다. 구성훈 대표를 비롯해 임원진이 피해자를 일일이 찾아가 사과하는 한편 최고가 기준으로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사측은 유령주식을 매도한 직원뿐 아니라 매도를 시도했으나 주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팔지 못한 직원까지 징계하기로 했다.

유령주식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틈을 타 고객에게 삼성증권 주식을 대신 매입해준 영업직원도 잡아내고 있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담당 직원 실수로 이번 문제가 생겼고 직원들 중 일부는 이 주식을 매도해 주가 급등락을 일으켰다”며 “정직과 신뢰가 생명인 금융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과 업계 종사자는 이 사건의 원인이 오로지 직원의 모럴해저드에 있는지 반문한다. 부실한 시스템을 방치해온 회사 잘못도 있지 않냐는 것이다. 실제 삼성증권 주식배당 시스템은 10년 넘게 업그레이드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증권사 직원은 “대차거래 때문에 발행주식수 이상 주식이 입고되는 건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번 삼성증권 사태처럼 발행주식수의 200배 넘는 주식이 나오는 일은 사전에 기술적으로 예방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도 “우리 회사에선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의 루트 자체가 달라 원을 주로 잘못 클릭하는 일 같은 건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삼성증권, 전산비 업계 최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원장은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지난 10일 증권업계 현장점검을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28억주나 발행됐다”며 “사람이 실수했더라도 전산적으로 체크됐어야 하는 것인데 경고도 올라오지 않은 채 배당이 이뤄지고 거래까지 이뤄진 게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이 전산운용에 돈을 아낀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의 전산 투자 규모는 단연 업계 최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전산운용비로 750억2397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증권 영업이익(2604억1340만원)의 21%에 해당하는 액수다. 총 판매관리비 2804억7606만원의 27%다.

삼성증권의 전산운용비는 경쟁사에 비해 확연히 큰 규모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비율이 5~7%대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영업이익 6277억5257만원의 7%인 420억5257만원을 작년 전산운용비로 집행했다. 이는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집행한 판관비의 10%다. NH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 4592억400만원의 5%이자 총 판관비의 3%에 해당하는 246억100만원을 전산운용에 투입했다.

KB증권은 영업이익의 5%, 판관비의 3%인 194억3717만원을 전산운용비 명목으로 썼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전산운용비는 347억823만원으로 영업이익의 5%, 판관비의 6% 수준이었다.

삼성증권의 통 큰 전산운용비 지출은 작년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삼성증권은 최근 5년간 매해 600억~700억원 가량을 전산운용비로 투입해왔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의 34%인 724억2855만원을, 2015년에는 영업이익의 19%인 706억2778만원을 각각 전산운용비로 지출했다. 이는 각 해 총 판관비의 26%, 25%를 차지한다.

절대 액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체 전산 인력이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라며 “작년부터 모바일과 해외주식 관련 전산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 전용 시스템 운용에도 많은 비용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 삼성증권 전산비 80% 삼성SDS에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삼성증권 배당 사고 사태를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폐해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의 IT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삼성SDS는 크게 IT서비스와 물류 업무처리아웃소싱(BPO)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SDS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6.77%다. 삼성전자(22.58%)가 최대주주다. 삼성물산(17.08%), 삼성생명(0.09%) 등도 삼성SDS 주식을 보유했다. 개인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지분 9.20%를 가지고 있다.

IT 부문 매출은 대부분 계열사로부터 나온다. 삼성SDS는 지난해 3조3930억원을 계열사간 거래 대금으로 벌어들였다. 이는 작년 삼성SDS 연결 매출(9조2992억원)의 37%를, IT서비스 부문 매출(5조1296억원)의 66%를 각각 차지한다.

전년도에는 더욱 심각했다. 삼성SDS는 2016년 총 매출(8조1802억원)의 49%이자 IT부문 매출(4조7418억원)의 85%를 차지하는 4조69억원을 내부 거래로 채웠다.

삼성증권 전산운용비의 대부분은 삼성SDS에 지출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대가로 삼성SDS에 528억55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작년 삼성증권 전산운용비의 71%에 해당한다. 삼성증권은 2016년과 2015년, 2014년에도 삼성SDS에 503억원, 489억1500만원, 566억8700만원을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으로 지불했다. 각 해 전산비의 70~80%다.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집단 소속인 현대차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전산운용비로 57억6383만원을 썼다. 이는 작년 영업이익 667억8784만원의 5.4%다. 전산운용비의 30%인 17억원을 현대차그룹 IT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현대오토에버에 지출했다.

삼성증권이 서비스품질과 관계 없이 과도한 금액을 삼성SDS에 지출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 전산은 삼성SDS가 맡고 있는데 원래 삼성SDS 인건비와 서비스 비용이 비싸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비싼 비용을 냈으면 그만큼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같은 계열사라고 SDS는 철저히 관리하지 않았고 삼성증권은 이를 묵인한 걸로 보인다”며 “서비스에 비해 과한 비용을 지불했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이나 형사법상 배임이 아닌지 의혹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용역을 계열사에 몰아주면서 그 비용을 얼마나 높게 책정해야 부당지원으로 볼 것인지 객관적으로 따지기가 매우 어렵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삼성SDS 역시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고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며 “다만 공정거래법을 어겼는지 밝히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당지원이 있었다면 큰 문제”라며 “가능성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체 인력을 비롯해 삼성SDS 등 여러 업체에 전산관리를 맡기고 있으며 전산 비용 액수가 큰 건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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