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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마감 시간 ‘원상복구’ 논란 재점화

김수정 기자

sujk@

기사입력 : 2018-03-12 00:00 최종수정 : 2018-04-09 14:44

거래시간 연장, 거래량 줄어 명분·실리 잃어
증권업 “근로시간 단축 걸림돌”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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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금융노조는 2016년 5월 24일 한국거래소 시울사옥 앞에서 거래시간 연장 항의 집회를 열었다. 사진 = 사무금융노조

▲ 사무금융노조는 2016년 5월 24일 한국거래소 시울사옥 앞에서 거래시간 연장 항의 집회를 열었다. 사진 = 사무금융노조

[한국금융신문 김수정 기자]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을 추구하는 추세가 무르익으면서 주식 거래시간 이슈가 다시 점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 유동성을 늘리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정규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한 지 벌써 21개월째 접어들지만 그 결과는 무색하기만 하다. ‘저녁이 있는 삶’을 빼앗긴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거래시간 원상복구’ 혹은 ‘점심 휴장 도입’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증시 활력·글로벌 경쟁력’ 헛구호 전락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의 침체국면 돌파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투자자 편의 제고를 목표로 아래 지난 2016년 8월1일자로 주식·외환시장 정규거래 마감 시간을 오후 3시에서 3시30분으로 늦췄다.

한국거래소는 유동성이 집중되는 장 종료시간대를 30분 연장함으로써 거래대금이 3∼8%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일평균 거래대금으로 환산하면 약 2600억~6800억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장 종료 시간을 늦춤으로써 주식시장을 비교적 오래 열어 두는 유럽, 북미 등 선진국 거래소와 운영시간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우리 증시와 밀접한 중화권 시장과의 운영시간 중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던 것이 당시의 설명이다.

투자자 불편 해소에도 일조할 것으로 거래소는 내다봤다. 정규시장을 조기 마감하고 유동성과 호가범위 등에서 여러모로 제한적인 시간외시장을 길게 운영하면 투자자의 원활한 시장 참여가 제한된다고 파악했다.

아시아 주요 시장과 마감시간이 안 맞아 국내거래소에 상장된 해외지수연동 상품의 괴리 수준이 심각하다는 점도 기존 거래시간 제도의 한계로 지목당했다.

하지만 거래시간 연장 20개월이 지나는 동안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늘지 않았다. 거래량은 코스피시장을 중심으로 전보다 줄었다. 거래대금 액수가 늘긴했지만 시가총액 규모를 감안해 보면 의미 있는 정도는 아니다.

◇ 거래량 줄고 거래대금 ‘시총’ 따지면 후퇴

11일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시간 연장 전인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간 국내 증시 월평균 거래량은 222억7127만주다. 거래시간이 늘어난 2016년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19개월 동안 월평균 거래량은 221억9059만주다.

거래 시간연장 이후 거래량이 0.36%(8068만주) 줄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는 89억2888만주에서 70억6348만주로 20.89%(18억6540만주) 줄었다. 코스닥은 133억4239만주에서 151억2711만주로 13.38%(17억8472만주) 늘었다.

거래대금 역시 사실상 역행했다. 거래시간 연장 후 월평균 거래대금은 186조8313억원으로 연장 전(177조4731억원)보다 5.27%(9조3582억원) 늘었다.

해당 기간 평균 시가총액(월말 기준)은 1452조8980억원(코스피 1257조8950억원, 코스닥 195조0030억원)에서 1692조0080억원(코스피 1465조5160억원, 코스닥 226조4920억원)으로 16.46%(239조1100억원) 증가했다.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율은 거래시간 연장 전 12.22%(코스피 8.35%, 코스닥 37.15%)에서 연장 후 11.04%(코스피 7.25%, 코스닥 35.56%)로 1.18%포인트 줄었다.

거래대금 증가 속도가 시장 성장 속도에 못 미친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 선지화와 투자자 편의 제고를 위해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거래시간과 거래량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의 가장 큰 취지는 투자자 편의 제고였으며 유동성 증대는 부수적인 기대 효과였다”며 “증시 유동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거래시간 외에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 MSCI 선진지수 편입도 좌절

업계에선 거래시간 연장의 진정한 목적은 코스피 지수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아니었겠냐는 시선을 던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표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MSCI 선진국 지수 조기 편입이라는 전리품에 관심이 더 컸다는 의구심이다.

MSCI와 더불어 세계 3대 주가지수 산출 기관으로 꼽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2007년과 2008년 한국을 선진국지수로 편입했다.

하지만 주가지수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최대 사업자인 MSCI는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지수로 편입하고 있다. 2008년 한국을 선진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으로 정했다가 외국인 시장 접근성 관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4년 다시 제외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시장 연장까지 택하는 공을 들인 것이 무색하게 지난해 6월 연례 시장분류 심사에서도 한국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들지 못했다.

MSCI가 선진국지수 편입 요건으로 우리나라에 요구해온 주요 사항은 거래시간 연장과 역외 원화거래 허용, 외국인 투자등록 제도 폐지 등이다. 우리 정부는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 시장 특성을 감안해 역외 원화거래와 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는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절충안으로 주식·외환 거래시간 30분 연장과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개편 등을 제안했는데 결과적으론 헛심만 쓴 꼴이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이동기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위원장은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더 많은 자금이 유입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해외에서도 수차례 증명됐다”며 “거래시간 연장은 한국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고 MSCI라는 사기업에 휘둘린 사례이자 전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라고 규정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주식·외환 거래시간 연장이 단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거래시간 30분 연장으로 투자자가의 접근성이 다소 개선됐지만 가격발견기능 저하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시간이 길어질수록 호가가 분산돼 투자자가 좋은 가격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다는 논리다.

◇ 원상복구 안 되면 점심시간 휴장이라도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현재의 거래시간 제도가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현 정부의 슬로건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과로사회에서 탈출하는 계기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권업 종사자들은 정규장 마감 시간이 30분 연장되면서 거래 관련 업무와 후선업무 처리 시간이 밀리고 퇴근 시간도 늦춰진 실정이다.

증권업계 노조는 거래시간 원상복구에 집착하기보다는 현행 제도를 진지하게 검토해 최선의 개선책을 마련하자는 유연한 전술로 돌아섰다. 점심시간 휴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전장과 오후장을 나눠 운영하면 직원들에게 중간 정리와 휴식을 위한 시간이 생긴다는 장점 외에도 실질적 유동성 증대 효과가 있다. 개장 직후와 마감 직전에 호가가 몰리는 증시 특성상 유동성 그래프는 ‘V’자로 형성된다. 오전·오후장을 분리 운영하면서 오전·오후종가를 따로 산출할 경우 이론적으로 그래프가 ‘W’자가 될 수 있다.

중국 거래소 역시 점심시간 2시간을 쉰 채 오전, 오후 통틀어 하루 4시간 운영하고 있다.

거래소 노조와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점심시간 휴장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거래소 거래시간과 관련해 금융위에 정식으로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다”며 “거래시간 단축이나 점심시간 휴장 등 요구가 들어온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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