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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위기 속 신세계 약진…‘유통 대표’ 바뀌나

신미진 기자

mjshin@

기사입력 : 2018-03-01 07:00 최종수정 : 2018-03-01 14:43

롯데 유통 28조원·신세계 19조원 매출 추정
사드 보복‧신동빈 부재 위기, 롯데 경쟁력↓
정용진·유경 남매 신사업 성과…리더십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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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창선기자

그래픽=이창선기자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그룹이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가운데 유통 계열사들의 실적이 주저앉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신세계는 오너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유경 남매의 감각을 무기로 신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어 국내 ‘유통 1위’ 지위가 바뀔지 주목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백화점과 마트, 슈퍼, 하이마트가 속해있는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4.6% 감소한 19조1799억원이다. 아직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세븐일레븐(편의점)과 면세점은 각각 3조원, 6조원대로 추정돼 지난해 롯데 유통계열사 매출은 약 28조원대 안팎으로 관측된다.

반면 백화점과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는 지난해 31.4% 증가한 3조87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이마트24(편의점) 등이 속해있는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15조8767억원)을 결합하면 지난해 신세계 유통계열사 매출은 약 19조원대다.

롯데그룹은 연매출 100조원대의 재계 5위 기업이다. 재계 11위인 신세계와 전체 매출 규모를 비교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르지만 유통 부문만 따로 떼어내보면 신세계는 롯데 뒤를 바짝 쫓는 모습이다.

특히 신세계의 신사업 성과가 눈에 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채널이 출점 제한 등으로 주춤한 가운데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전년대비 27.2% 증가한 1조52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분기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편의점 후발주자인 이마트24의 지난 1월 순증 점포수(개점수-폐점수)는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는 올해 외국계 투자운용사로부터 유치한 1조원대의 실탄으로 온라인 사업 확장도 예고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대표 유통기업은 명실상부 롯데그룹으로 꼽혔지만 최근 신세계로 쏠리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사드 영향부터 올해 총수 구속까지 롯데그룹의 사업 제동 이유는 다분하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좌)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좌)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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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업 훨훨…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세계의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사업에서 높은 성과를 내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젊은 감각을 내세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닫기정유경기사 모아보기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지난 2010년 트레이더스 1호점인 구성점을 열었다. 트레이더스는 선도주자인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한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이마트는 코스트코와의 차별점을 두기위해 연회비를 납부하지 않고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픈형 회원제를 도입했다. 또 특정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결제 수단을 제한하지 않고 있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후발주자인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2월 군포점(13호점), 김포점(14호점)을 잇따라 오픈하며 매장수 기준 코스트코(13개)를 제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214억원으로 2010년 1호점 오픈 이후 7년 만에 30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5년 이후 3년 연속 25%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연내 1~2개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다. 출점 속도를 높여 올해 매출 1조94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이마트 측의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경쟁사 코스트코의 매출을 따라잡아 ‘창고형 매장 1위’ 지위를 공고히하겠다는 설명이다. 코스트코의 지난 회계연도(2016년 9월1일~2017년 8월31일) 매출액은 3조8039억원이다.

정 총괄사장이 지휘하는 신세계면세점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업계 3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신세계디에프의 지난 4분기 매출은 2750억원으로 전년대비 217% 증가했다. 지난해 총 매출은 1조1647억원으로 출범한 지 약 2년도 채 안돼 1조원을 돌파한 셈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2017년 면세점별(지점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시장점유율 12.7%로 업계 3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연내 강남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아직 1위 롯데(41.9%), 2위 신라면세점(26.7%)과 규모에선 큰 차이를 보이지만 이 같은 성과를 유지할 시 강남점 오픈 이후 면세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백화점 부문도 성장세다. 신세계백화점의 점포 수는 총 13개로 34개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백화점보다 규모는 작다. 그러나 유통 및 증권가에서는 지난해부터 신세계 강남점이 수십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을 앞질렀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백화점 매장별 매출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롯데 측도 해당 추측에 대해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신세계 강남점이 리뉴얼 효과와 고속터미널 유동 상권에 힘입어 2019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할 시 백화점 점포별 순위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신세계는 이 같은 성과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상황이다. 온라인 부문은 투자 유치를 받은 1조원을 활용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눈에 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부터 올해 초 일본, 호주 등으로 출장을 떠나 현지 유통 채널을 직접 둘러봤다. 이 같은 내용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며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도 정 부회장의 강점이다.

현재 정 부회장은 일본의 대형 잡화 체인점 ‘돈키호테’와 미국 양판 할인점 ‘TJ맥스’를 벤치마킹한 오프라인 매장 ‘펀 스토어’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현안 산적한데…‘총수 부재’ 발목

반면 신 회장의 구속으로 롯데는 주춤한 모습이다. 그동안 신 회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M&A를 성사시키며 재계 5위에 오른 롯데그룹의 경영시계가 멈췄기 때문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 중이나 행동 반경이 지배구조 개편에 쏠리는 모습이다.

우선 롯데의 10조원대 해외 사업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사드(THAA‧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은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매각작업을 추진 중이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현지법에 따라 현지 직원들에게 매달 정상임금의 70~80% 가량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 기간이 길어질수록 롯데의 부담감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매각을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동남아 사업도 오리무중이다. 롯데는 백화점과 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이 들어설 베트남 ‘에코스마트시티’에 약 20억달러(2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점포수를 총 169개(인도네시아 82개·베트남 87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점포수(59개)와 비교하면 3년 만에 출점 규모를 약 3배가량 늘리는 셈이다.

신 회장은 2013년부터 맡아왔던 한-인니동반자협의회 경제계 의장으로써 사업 추진을 직접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해외사업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왔던 신 회장의 부재가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풀어가야할 숙제가 산적하다. 우선 내달 중순 경 발표되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건이다. 롯데홈쇼핑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재승인 탈락 우려를 받고있으나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다만 재승인 심사시 열리는 청문회는 대표이사로 제한돼 신 회장의 구속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치진 않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준법경영 활동 등을 바탕으로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도 월드타워점 반납 위기에 처했다. 앞서 재판부는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점 특허권 재획득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7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에 관세청은 “전문가 자문 등 면밀하고 충분한 법리검토를 거쳐 특허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으로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까지 잃을 경우 시장 점유율은 약 11% 낮아지게 된다. 만일 신라면세점이 두 매장을 모두 획득할 시 면세업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 신세계면세점이 가져갈 경우 면세업계 구도는 ‘3강 구도’로 변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올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제주국제공항 면세점과 시내면세점 오픈을 앞두고 있어 면세업계 점유율 변화는 더욱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의 경우 올해 국내 오픈 예정인 매장은 기존에도 운영해왔던 코엑스점뿐이다.

시장 반응도 좋지 않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26일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 AA+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핵심사업인 국내 백화점 및 대형마트부문의 실적이 저하 추세를 보이고 있고 향수 수익성 회복에도 한계가 있을 전망”이라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룹 회장의 경영참여가 제약되고 있어 중국 마트사업 매각이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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