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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한국판 호도르코프스키 되나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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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1-29 00:00 최종수정 : 2018-01-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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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승한 기자

▲사진: 김승한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승한 기자] “정치적 동기가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상이 남아있다”

러시아 재판부가 한 재벌 총수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하자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보인 반응이다.

탈세와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8년 선고받은 이 사업가는 2010년 당시 형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법원은 재산횡령의 새로운 혐의를 추가, 기존의 형량을 포함해 모두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스코’의 회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의 이야기다.

판결을 두고 국제사회는 일제히 자원 국유화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정략적 보복이라 성토했다. 크렘린 권력의 도전과 푸틴 정권에 반기를 든 ‘정치적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호도르코프스키는 2003년 러시아 총선에서 반푸틴 민주화 세력을 지원했다. 옥중에서도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유죄 상황에도 법행에 가치가 개입됐을 때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반(反)기업정서가 강한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특정인과 연관성이 있는 재벌은 의지와는 별도로 악(惡)의 프레임에 갇힌다.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나기까지 영락없는 ‘죄인’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이는 기업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서 비롯된다. 어느새 부터 한국 ‘재벌’은 부정적인 색채가 덧씌워졌다. 정치계와 야합해 시장을 왜곡하고 편법적인 부의 세습과 경영권 승계는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간 한국 재벌의 행방을 되짚어보면 그럴싸한 전제다.

하지만 이 같은 전철이 최소 법정에서는 실현돼서는 안 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유죄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을 원칙으로 한다.

아쉽게도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의 재판에는 헌법의 의미가 퇴색됐다. 재판은 법리를 기반으로 이뤄져야하며 유죄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특검은 애초부터 삼성을 반기업정서의 미명 아래 악으로 규정했다. 혐의를 확신으로 전제한 재판 진행은 특검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였다.

결국 원심에서 특검은 명확한 증거입증을 끌어내지 못했다. 재판부도 승계구도라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해 묵시적인 청탁이라는 추상적인 판결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원심 판결을 뒤집기 위한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공판이 벌어졌다. 항소심 막바지에 특검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에 앞서 2014년 9월 12일에도 만남이 있었다는 이른바 ‘0차 독대’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소장도 추가로 변경했다.

하지만 날짜조차 특정한적 없는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진술과 정황에 따른 ‘추정’에 가까운 근거였다.

잇따른 공소장 변경과 유죄증명의 근거가 나오지 않자 부실수사를 자백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특검의 자신감은 이미 빛바랜지 오래다. 재판이 거듭될수록 기소 논리도 흔들렸다. 진술조서에 대한 신빙성, 유도신문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부회장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겠다던 특검의 결단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1년 가까이 공판이 진행되면서 특검이 정말 순수한 의지만으로 임했는지 절차상의 문제를 꼬집고 싶다.

재벌개혁으로 공정한 대한민국을 이루겠다는 현 정권의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써 충분히 공감한다. 허나 이번 사건의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로 규정돼서는 안 된다. 그동안 재벌 총수들은 가벼운 형벌이 내려졌다는 관행을 깨기 위한 시험대일 수 있다는 생각도 떨쳐낼 수 없다.

재판은 법리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유죄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이마저 지금과 같은 전례를 답습한다면, ‘억지 특검’ ‘반쪽 특검’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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