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위기의 현대라이프, 보험 경영 미숙론 대두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8-01-22 00:00 최종수정 : 2018-01-23 13:21

시장 상황 맞는 상품 개발 실패로 적자 이어져
연이은 증자에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비판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 10일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 앞에 걸린 현대라이프 설계사 노조의 플랫카드. 사진 = 한국금융신문 DB

▲ 10일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 앞에 걸린 현대라이프 설계사 노조의 플랫카드. 사진 = 한국금융신문 DB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연이은 경영지표 악화와 길어지는 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라이프는 영업점포 대폭 축소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들과의 피할 수 없는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은 현대라이프를 살리기 위해 몇 차례의 자금 수혈을 진행했다. 중국 푸본생명으로부터 21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받았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지난해 12월 또다시 3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받게 됐지만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현대라이프의 당기순손실은 2012년 314억원, 2013년 315억 원, 2014년 869억 원, 2015년 485억 원. 2016년 197억 원으로,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2017년 상반기 역시 9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대라이프의 누적적자는 무려 2273억 원이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도 수차례 자본 확충이 이뤄진 것에 비해 160% 수준으로 그리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신계약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불완전 판매 비율은 증가하고 있어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 개발 실패,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 책임론 불거져..

현대라이프는 1989년 대신생명에서 출발해 2003년 녹십자생명으로 이름을 바꿨으나, 여전히 시원찮은 성적으로 경영 난조를 겪고 있었다.

결국 2012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생명보험업 진출을 선언하며 녹십자생명을 인수했고,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을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태영 부회장(사진)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현대라이프는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후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퇴직연금 자산관리보험(DC·DB)’과 ‘개인연금보험’ 등 총 1000억 원 상당 금융거래를 지원받아 영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차별화를 위해 간단한 구조로 핵심보장에 집중하는, 즉 ‘쉬운 보험’이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보험을 일상 영역으로 확대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마트에서 파는 보험’, ‘제로 보험’ 등 색다른 상품들을 연달아 공개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이 이처럼 차별화된 상품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건 것은 정태영 부회장이 이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서 같은 전략으로 좋은 효과를 거뒀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대라이프생명은 상품 차별화와 질적 향상에 치중한 나머지 실제 영업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가격이 낮은 보험을 판매하다보니 수수료가 부실해 설계사들은 해당 상품 판매를 꺼렸다.

소비자들 역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의 상품에만 집중될 뿐, 후발주자인 현대라이프에 큰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영업 실패에서 시작된 적자의 눈덩이는 가속도가 붙어 무섭게 현대라이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경영 위기를 타개하고자 수 십 억의 자금을 투자해 베테랑 경력 설계사들을 중용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경력 설계사들조차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버리면서 불완전 판매와 해약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현대라이프는 9월 들어 전국 70여개의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70% 이상의 설계사들을 감원했다.

희망퇴직 실시로 직원 수도 크게 줄였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여 필요한 유상증자 금액을 조금이라도 내려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를 두고 현대라이프 설계사 노조는 회사 경영상태 및 실적 악화의 원인이 실질적으로 정태영 부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라이프 설계사 노조는 지난 10일 8차 성명서를 통해 “정태영 의장이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에 실질적 책임자이자 결정권자임은 대내외적으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며, 작금의 현대라이프생명 설계사에 대한 갑질 횡포의 배후이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정태영 의장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라며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나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현대라이프 측은 “정태영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일 뿐 경영에 관여한 것이 아니다”라며 노조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 입장에서도 현대라이프의 경영 부진을 이대로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설계사 노조, “경영 부실 원인 설계사들에게 전가” 반발

경영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현대라이프생명은 대규모 구조조정 및 희망퇴직을 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현대라이프의 직원 수는 400여명에서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 노조는 무급휴직과 임금 삭감, 복지 축소의 범위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었지만,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12월 29일 사측과의 협의를 마쳤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설계사 조직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은 구조조정만이 아니라 전국 70여개에 달하던 영업점포를 정리해 11개 지점으로 축소함으로써 ‘사실상 개인영업 포기’라는 강수를 뒀다.

앞으로는 텔레마케팅과 퇴직연금, 단체보험 등 법인영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설계사 노조는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0월 설계사들에게 보험계약 수수료를 50% 삭감하겠다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제 해촉하겠다는 통보를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라이프의 ‘갑질’에 약 2000명 수준이었던 현대라이프 설계사는 10분의 1 수준인 200여 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라이프생명 설계사 노조는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라이프생명 본사 앞에서 50여 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며 회사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는 한편, 결의대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표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조는 민주노총금융연맹과 함께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 앞에서 8차 결의대회를 열고 정태영 부회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의대회에 연사로 참여한 한 설계사는 “현대라이프가 정태영 대표이사 취임 이후 부실경영으로 인한 적자를 만회하려고 일방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점포를 폐쇄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하며 끝까지 투쟁할 것을 외치기도 했다.

이날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경영부실의 책임을 설계들에게 돌려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 △일방적인 점포폐쇄와 수당삭감을 철회할 것 △갑질횡포로 해촉 된 설계사들에 대한 환수를 취소하고 미지급 잔여수당을 지급할 것 △이 모든 사태의 실질적 책임자인 정태영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것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또한 이들은 회사 측이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노조와 공식적인 교섭 한 번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당초 정태영 부회장이 직원 및 대중들과의 활발한 소통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정 부회장과 회사 측의 침묵은 다소 의아한 상황이다.

노조는 “현대라이프생명 출범 당시에는 정태영식 경영문화를 보험에도 적용하여 성공신화를 이어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이제 와서 적자경영에 허덕이자 본인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식의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모습은 치졸하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설계사 노조 측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잔여수당 관련 법적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회사 자체가 위기인 상황이라 설계사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주요 현안들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갈등 상황은 봉합이 아닌 극단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 현대라이프, 연이은 증자에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비판까지

점포 및 설계사 축소로 사실상 개인영업을 포기한 현대라이프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아주 적다.

결국 법인영업을 통해 상황을 해쳐나가야 하는데, 후발주자인데다가 전문 인력도 모자란 현대라이프로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 계열사 위주 영업뿐으로, 전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 1조1767억 원 가운데 계열사 물량이 1조1570억 원인 98%를 기록해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2021년에 도입할 IFRS17은 위기의 현대라이프생명에게 있어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도 나온다. 새 기준에 맞춰 부채 평가를 시가로 진행하게 되면 부채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위기의 현대라이프, 보험 경영 미숙론 대두이미지 확대보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주주로부터의 유상증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으나, 잇따른 증자에도 회사 상황이 거의 나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가 15일 성명서에서 현대라이프의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해 경영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배주주 일가 및 경영진의 책임은 외면한 채 현대모비스가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이제는 외부 수혈 길마저 막힐 위기에 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라이프의 경영부실을 이유로 1분기 말로 예정된 유상증자 납입을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를 통해 간신히 숨통을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현대라이프생명이 최후의 수단마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매각이나 파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중소형 보험사들의 생존 여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현대라이프가 보다 극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는 이상 존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는 보험 판매의 가장 기본적인 근간”이라며, “현대라이프 사태가 안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되면 다른 보험사나 GA에도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