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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남긴 교훈과 고민

신미진 기자

mjshin@

기사입력 : 2017-12-04 00:00 최종수정 : 2018-01-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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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신미진 기자

▲ 사진 : 신미진 기자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사드보복’은 약 1년간 사자성어처럼 쓰일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은 조그만 변화에도 웃고 울음을 반복해야 했다.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이 답답한 터널의 출구가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중국 정부는 베이징과 산둥지역에 한해 일반 여행사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올해 3월 15일 금한령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여기에 내년 2월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한중 교류는 자연스럽게 물꼬가 트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7조 4500억원.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사드보복으로 인한 올해 9월까지 국내 관광업과 숙박업 등의 매출 손실규모다.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유통·여행·면세·화장품 등의 업계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국내 1위 면세업체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97%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 채널에서 직격탄을 맞으며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0% 줄어들었다. 버틸 힘이 부족한 항만면세점들은 하나둘 피를 토하며 쓰러져갔다.

가장 피해가 심각했던 기업은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정부에 제공(이라고 쓰고 ‘빼앗긴’이라고 읽는다)한 롯데그룹이다.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등의 이유로 99개 점포 중 87개가 문을 닫으며 매출이 급감한 중국 롯데마트는 결국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사드사태가 아니었으면 중국 롯데마트는 내년 진출 10년차를 맞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돼왔다.

사드한파에 모처럼 온기가 감돌자 국내 기업들은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단, 불신감 또한 따라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보복이 시작될 때처럼 이번 완화조치 또한 공식 루트로 밝히지 않았다”며 “중국 관광객이 돌아온다면 실적 측면에서는 반길지 모르나 더 이상 매력적인 미래 투자처가 아니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금한령 일부 해제를 발표하며 “단 롯데와의 협력은 불허한다”는 중국의 뒤끝을 맛본 롯데그룹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혹스럽다”면서도 “내달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까지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뜨뜻미지근한 업계의 반응은 이미 진출을 가속화한 ‘포스트차이나’에 대한 기대감과는 사뭇 다르다.

유통업계는 지난 상반기부터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왕서방’이 남긴 교훈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5월 베트남 다낭공항에 이어 태국 방콕 시내면세점과 베트남 나트랑 국제공항 신터미널 면세점 단독 운영권을 획득했다.

최근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롯데 회장은 직접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다녀온 뒤 현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투자확대를 논의하며 신남방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향후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점포수를 현재보다 약 2배 증가한 82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마트는 중국 매장 철수 작업과 함께 동남아 지역의 점포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신세계푸드는 말레이시아 현지 법인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동남아 공략에 나섰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글로벌 다각화 모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민도 함께 떠안았다. 사드보복 피해가 방증하듯 중국은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큰손’이다. 대중 수출규모는 전체의 25%에 달한다.

이처럼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을 언제든 정부의 외교정책에 따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정부가 중국의 사드보복에 대한 ‘WTO 제소’카드를 철회한 데 대해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기도 하다.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한다. 경제사절단 역시 최대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라도 정부는 사드보복 되풀이를 않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나올 “사드보복 완화 발맞춰 재계, 中‘ 선물보따리’”라는 제목의 기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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