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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9 도입에 은행 보유주식 셈법 복잡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17-11-13 00:00 최종수정 : 2017-11-13 06:36

공정가치 변동 손익에 영향 큰 부분
매각철회도…목적따라 FVOCI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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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RS9 도입에 은행 보유주식 셈법 복잡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내년 1월 새 금융상품 회계기준(IFRS9)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이 보유주식 매각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주식 매각이익을 일회성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올 4분기가 마지막이지만 매각 철회를 선언하기도 하는 등 종목 별로 득실을 따져 관리해 나가는 모습이다.

◇ 마지막 4분기…보유냐, 매각이냐

12일 한국기업평가의 ‘IFRS9 도입에 따른 국내 은행의 손실충당금 영향은’ 리포트에 따르면, IFRS9 적용에 따른 금융상품의 분류와 측정 방법 변경이 가져올 재무적 영향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FRS9는 금융자산과 부채의 분류와 측정, 충당금 설정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새로운 금융상품 기준서다. IFRS9이 도입되면 금융상품은 기존 4개 분류 체계에서 계약상 현금흐름 특성과 사업모형에 따라 △상각후원가△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FVOCI) △당기손익-공정가치(FVPL) 등 3분류 체계로 단순화된다. 충당금 산출방법도 기존 발생손실모형이 예상손실모형으로 개편된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지분상품과 일부 채무상품이 당기손익-공정가치(FVPL)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어서 손익 변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새 회계기준(IFRS9) 도입을 앞두고 연초 금융사들이 대규모 보유 주식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올해로 바젤Ⅲ 경과규정이 끝나면 보유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기존 100%에서 300%로 상향 조정되는데다, IFRS9가 적용되면 주식을 매각해서 얻는 이익이 당기순이익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자본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보유 중인 주식은 구조조정 관련 출자전환 등을 통한 경우가 대다수로 경영 참여 목적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주식의 위험가중치가 높아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은행들은 보유 지분을 줄여 이익에 반영하곤 했는데 올해는 특히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됐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각사 반기(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신한금융은 SK네트웍스(2.75%)·비자카드(0.05%), 하나금융은 SK하이닉스(0.70%)·대한전선(5.20%),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14.15%)·대한전선(3.67%), IBK기업은행이 KT&G(6.93%) 등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KB금융은 SK(2.50%)·포스코(1.80%) 등 지분을 갖고 있다.

매각 사례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중 신한금융이 비자카드 지분 8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KB금융은 3분기에 현대시멘트 주식 매각이익 410억원을 거뒀다. 3분기 하나금융도 SK하이닉스와 한일시멘트 주식 매각이익 250억원을 실적에 포함했다. 우리은행도 3분기 현대시멘트 주식 매각으로 180억원을 거뒀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종목 별로 분류 선택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순이익으로 잡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매각이익이 자본으로 추가되는 만큼 매각 시기를 따져보는 것이다. 대규모 순익을 내면서 연초 대비 매각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IFRS9 도입 이후 대규모 주식보유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진다는 점을 우려해 지난 2015년 KT&G 주식을 처분하기로 했던 것을 올해 9월 매각 철회로 선회했다. 2015년 이사회 결정 당시 자기자본비율이 12.39%로 동종업계 평균치를 밑돌아 주식 매각을 통해 선제적 자기자본비율 개선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는데 자기자본비율이 14% 이상으로 올라서면서 매각 사유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이 꼽혔다. 매년 350억원씩 발생하는 배당수입도 중요했다. KT&G주식 취득 이후 기업은행의 배당수입은 지난해 말 기준 351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기업은행은 주가 상승을 타고 올 2월에 블록딜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 지분 전량을 매각한 바 있다.

긍정적 업황 전망 등이 예상될 경우도 매각을 저울질할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KEB하나은행이 보유한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자로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메모리 산업 전반의 영업실적이 과거와 차별화되는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낸드 부문 영업이익 창출 기여도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효과가 커지고 우수한 재무구조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은 보유한 SK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주식 등을 언제 매각하느냐가 실적에 큰 변수”라며 “일회적 이익 실현 시점에 따라 이익 증가율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이면 회계상 당기순이익을 부풀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게 되면서 경영진 입장에서는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다수 금융사들이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거둔 만큼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 수준과 시장 상황을 살펴 주식 매각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좋게 나타나 굳이 올해 안에 유가증권을 매각해야 하는 이유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익으로 잡히지 않더라도 유가증권 매각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사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예상손실까지 반영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IFRS9 도입으로 10%에서 많게는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손충당금과 함께 대손비용 항목으로 대손준비금을 적립해 왔기 때문에 급격한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은행 재무담당 관계자는 “채무증권이 손상 인식대상 자산에 추가됐지만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대출채권의 대한 예상손실 인식의 경우도 여신의 평균 기대만기가 길지 않아서 손익 효과는 현행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손익 변동성 줄이기 총력

새 금융상품 회계기준(IFRS9) 도입으로 금융권에서는 재무적 영향을 고려한 보유주식 관리 정책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매도가능 증권으로 분류된 금융상품이 당기손익인식-공정가치(FVPL)로 변경돼 평가손익이 직접 손익에 반영되는 만큼 손익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화두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정가치 변동이 손익에 반영되는 부분 중 영향이 큰 부분은 유가증권 중 FVPL로 분류되는 주식”이라며 “IFRS9 도입 이전 보유 주식에 대한 정책(처분 또는 보유), 전환일 시점 보유 주식 분류(FVPL 또는 FVOCI 예외 적용)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도입시점인 내년 1월 1일까지 처분되지 않고 보유중인 매도가능 주식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당기손익-공정가치(FVPL)로 분류하는 게 원칙이지만 최초 인식시점(전환일시점)에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FVOCI)로 지정하는 취소불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어 일부 종목에 대해서 FVOCI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부서 별 보유 주식의 목적에 따라 FVOCI 또는 FVPL로 분류해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IFRS9 적용 시 수익증권과 지분증권의 공정가치 변동액이 당기손익으로 반영됨에 따라 금융시장 변화에 능동적인 자금운용 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계법인 삼정KPMG도 올 3월 리포트에서 “IFRS9은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OCI)이 금융자산 처분 시에 당기손익으로 재분류되는 현행 기준과 큰 차이를 보이므로 향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IFRS 9 도입 예정에 따른 영향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대출채권·유가증권 등 금융자산 보유가 많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이 새로운 기준서인 IFRS9 시행으로 회계 상 수익 인식에 영향을 받게 되면 자본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다봤다.

박상진닫기박상진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회계기준의 변경 자체가 금융기관의 실질적 수익창출 능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회계 상 순이익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용어소개 >

◇ FVOCI(Fair Value through Other Comprehensive Income)= 공정가치에 의한 평가손익을 기타 포괄손익(OCI)으로 인식

◇ FVPL(Fair Value through Profit & Loss)= 공정가치에 의한 평가손익을 당기손익(P&L)으로 인식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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