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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대책이 무섭지 않은 국민은행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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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10-30 00:00 최종수정 : 2017-10-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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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가계부채대책이 무섭지 않은 국민은행

지난 24일 KB국민은행이 부동산 앱(App) 론칭 행사를 열었다.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 국민은행 부행장이 행장 내정자 신분으로 처음 얼굴을 비친 자리여서 공식 행사장은 기자들로 북적였다. 동석한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보다는 그의 말을 한 문장 한 문장 주의 깊게 들었다. 그가 공들여 준비했다는 종합부동산플랫폼을 선보인 이날은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는 날이었다.

국민은행의 부동산 플랫폼은 플랫폼 운영 자체만으로 수익을 내지 않는다. 기존의 다방, 직방 앱을 이용할 때, 이용자들이 요금을 내지 않은 것과 같다. 중개업자에게서도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매물 등록, 배너 광고 등 모든 것이 ‘공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직방, 다방 같은 업체들도 있는데 국민은행 같이 큰 곳이 부동산 앱까지 손대는 게 보기 좋진 않다”며 “하지만 영세 중개업자에게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은 칭찬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최초로 선뵌 이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수익원은 대출이다. 단순히 매물 중개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회원가입을 한 이용자들은 담보대출이 얼마까지 가능한지 조회할 수 있고, 아예 대출 신청까지 끝낼 수 있다.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에 방점을 둔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질 텐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주담대를 바로 받을 수 있는 고객은 많이 없기 때문에 전세 대출 등 다양한 수단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 플랫폼을 통해서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도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과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Debt Service Ratio) 도입 추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부동산 대출 수요에 기대를 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날 허인 내정자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주택 실수요자에겐 호의적인 정책”이라며 “크게 보면 은행은 정부 정책에 순응하면서 제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행 플랫폼으로) 주택 실수요자의 부동산 니즈를 충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요컨대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 실수요자의 대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다주택자의 주담대 증가율 둔화세를 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0.24대책이 시행되더라도 실수요자의 주택 대출이 용이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수요와 실수요는 분명히 구분할 수 없는 만큼 실수요자는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득에 기반을 둔 대출 규제책이다 보니 이미 소득이 높거나 소득 증빙이 용이한 계층에는 생각보다 큰 효과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소득이 낮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저소득층, 취약계층, 자영업자, 노령층은 이번 대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10.24대책으로 주택 대출 타격을 받는 차주 비중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추산됐다. 다주택자에 한해 적용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상반기 국민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은 차주 6만6000명, 대출금액 6조4000억원을 표본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바에 따르면 신 DTI의 영향을 받는 신규차주는 앞선 6.19, 8.2대책에 비해 가장 적었다. 전국 기준 3.6%, 신 DTI 적용지역 기준 8.3%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가능금액은 12.1%(3118만원) 줄어든 2억2691억원이 된다.

결국 실수요자의 대출 증가율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고, 가수요자의 대출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도 낮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이 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겨냥하겠다고 해도 표면적인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정부가 신 DTI 대책을 발표한 날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한목소리로 가계부채종합대책이 시중은행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상보다 보잘 것 없다고 평가했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강하게 줄이거나 규제하기보다 연착륙을 유도하고, 시장이 받을 수 있는 쇼크 내지는 부정적 효과를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정책 행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부채정책이 연이어 발표되는데도 은행권 수익에 이상이 없다는 전망을 들으면 이 정책의 영향력을 의심하게 된다. 10.24대책 발표 후에 몇몇 은행권 전문가들은 “사전에 언론에 오르내린 수준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정도의 규제”이며 “딱히 눈에 띄는 내용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까지 신 DTI의 세부적인 기준이나 적용 방식이 나오지 않았고, DSR 목표치도 발표되지 않았다. 가계부채종합대책이 금융기관이나 차주에게 미칠 영향의 강도는 그때 가서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대책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를 기대해 본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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