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포함한 금융 공기업 11곳의 합동 필기시험이 실시됐다. 9월말 서류마감 직후 이들 공공기관의 평균 경쟁률은 60:1로 집계됐다. 전체 지원자는 1만5000명에서 2만명 사이로 추정된다.
높은 경쟁률에 비해 필기전형 당일 응시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시험장을 찾은 지원자는 전체 지원자의 44.7%(93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기시험 경쟁률이 13.4대 1로 떨어져 서류전형 이후 집계된 경쟁률인 58대 1과 비교할 때 차이가 컸다. 이는 금감원, 산은, 무보, 캠코 등 초기에 높은 서류 접수 경쟁률을 보인 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부터 4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합동채용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탓이다. 성격이 비슷한 공공기관이 동시에 필기전형을 치르도록 해 중복지원을 막는 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7월부터 관계 부처가 모여 합동채용 제도를 준비했다”며 “일부 수험생의 중복 합격으로 인해 타 응시생들의 채용 기회가 축소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합동채용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복합격을 막는 동시에 금융기관 경쟁률 완화를 꾀했다. 하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시험 기회가 줄어들어 실질 경쟁률은 변한 게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연중채용으로 여러 시험에 동시에 응시해 볼 수 있었으나 합동채용 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야별 공공기관 1곳에만 응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금융 공공기관 필기시험 논술 주제는 상대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미디어 발달에 따라 소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고 갈등 완화 방안을 제시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채용비리로 지난달 홍역을 치른 금감원은 ‘한국의 공직자 윤리가 낮은 이유와 제고 방안’이라는 논술 주제를 출제했다. 기업은행은 ‘트럼프노믹스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물었으며, 한국거래소는 독과점의 폐해와 무임승차 문제 등을 출제했다.
이번 채용 과정에서 이들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대거 채택했다. 금감원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서류전형부터 최종면접까지 전 과정에 적용했다. 한은은 입사 지원서 작성 시 성별, 최종 학력, 학점 등 7개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수은은 외부전문평가기관이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도록 위탁했으며, 면접 전형에도 외부 평가자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산은, 기은, 예보는 졸업 및 성적증명서를 입사지원서 제출 시에 받지 않고 최종합격자들에게만 제출하도록 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