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권오준 회장이 11월 중으로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만약 권 회장이 물러난다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건설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2일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 회장의 11월 주총 전후 사의 표명설이 조심스럽게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비선실세 게이트 연루 속속 드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권 회장과의 유착 관계가 도드라진 바 있다.
2014년 권오준 회장의 취임 당시 청와대와 비선실세인 최 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을 비롯해, 최 씨가 측근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인사들을 포스코 그룹 요직에 앉힌 정황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검찰은 최 씨가 포스코 그룹 계열사 매각과 청와대의 인사 개입, 건설사업과 스포츠단 사업 등에 이권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했다.
실제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은 권 회장과 최 씨 등이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씨 등이 포레카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또 다른 광고기획사 ‘컴투게더’ 측에 접근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기소한 상태다. ‘포레카 매각 과정을 살펴보라’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권 회장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권 회장은 ‘피해자’를 자처했다. 권 회장은 포레카 매각과 관련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정상적인 매각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 뒷말 무성했던 기술전문가 CEO 등극, 셀프 연임 논란 이어져
여기에 권 회장이 회장에 오른 과정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포스코 CEO추천위원회는 권 당시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을 회장으로 추천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다소 충격적인 인사였다”며 그 이유로 “철강 기술부문에서 연구직으로 있던 인물이 그룹 회장직까지 오르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 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룹 내 현안을 해결할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이 선임된다는 평가와 함께 그룹 안팎에서 말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한 “정준양 전 회장이 벌려 놓은 사업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여론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일찌감치 청와대가 권 회장을 낙점하고 있었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박 의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권 회장이 부적절하다’는 조원동 전 경제수석의 조언을 듣고도 일을 밀어부쳤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옥스포드대 동문인 최명주 포스코건설 부사장에게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결정됐다”고 통보했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최 부사장을 만나 “포스코 내부 절차에 따라 권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처럼 처리하고, (청와대 개입이) 외부에 알려져 뒤탈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를 대부분 교체한 내용도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권 회장 연임을 결정한 CEO후보추천위원회 소속 사외이사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과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등은 권 회장 임기 중에 사외이사로 발탁된 인물들이어서 이들이 권 회장 연임 추천을 한 것은 ‘셀프 회추위 인사’라는 지적이 일었던 것이다.
◇ 효자였던 포스코건설, 골칫덩어리 전략
권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계열사 구조조정을 펼친 과정에서 재무상태가 급전직하했던 포스코건설이 예외적으로 다룬 점도 비판받을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과 포스화인, 뉴알텍, 포레카, 포뉴텍, 탐라해상풍력발전 등 6개 계열사를 매각했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권오준 회장에 대해 쏟아진 긍정적 평가도 계열사 매각을 통한 부채 비율 축소 등의 재무적 성과에 기인한다.
권 회장은 스스로도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래를 향한 경영다각화,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한편, 포스코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재 분야와 에너지 관련 산업을 키우는 것이 제2기 경영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무분별한 몸집불리기로 건전성 악화를 자초했던 것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던 것이라는 제한적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권 회장은 비 철강 계열사 감축에 집중하면서 2011년 70곳 이었던 계열사를 2014년 49개까지 축소했고, 올해는 32개까지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권 회장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대표적 효자 계열사였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02년 공식 출범 이후 그룹공사를 기반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지난 2012년에는 전체 매출 7조4100억원 중 그룹공사 비중이 59%(4조3900억원)에 달했다. 2013년에도 매출 8조200억원 중 41%(3조2800억원)를 계열사 공사로 채웠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그룹공사가 급감하고 있다. 우선 2014년 그룹공사 비중이 20%로 줄더니 올해는 10%대로 내려앉았다.
◇ ‘전화위복’ 카드 합병…“되레 부채비율만 증가”
게다가 타개책으로 선택했던 포스코엔지니어링 합병이 포스코건설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7조1280억원, 영업손실 5090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6708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건설이 적자로 돌아선 건 5년 만이다.
매출 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감소추세다. 계열사간 공사는 공공·민간공사보다 이익률이 높은 게 일반적이다. 최저가 입찰방식보다 적정한 수익성을 보장해주기 때문. 계약방식도 대부분 쌍방간 거래인 수의계약이다. 공사대금을 떼일 일도 없어 안정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경기 악화로 포스코그룹이 확장기조를 멈추고 관련 공사 발주를 축소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포스코 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인한 부체가 증가한 것 또한 매출 하락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초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과의 합병에서 발생한 부체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포스코건설 부채비율은 개별 기준 145.0%에서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합산을 하면 164.6%까지 늘어난다.
또 합병 과정에서 진행된 인적 구조조정으로 590억원 규모 ‘일회성 비용(퇴직위로금)’도 반영됐다.
◇ ‘내우외환’ 직면 “스스로 거취 밝힐 것”
잠재리스크로 지적되는 매출채권 경우 통합 포스코건설은 모두 1조6164억원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10대 건설사 평균인 1조1866억원을 상화하는 것은 물론, 순위에서도 삼성물산(3조3707억원)과 SK건설(1조9906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합병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거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기도 한다”면서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이지만, 이 경우에는 향후 먹거리까지 줄어들면서 불어난 임직원들의 파이가 줄어들었다. 당분간 (통합)포스코건설의 보완책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취임 기간 동안 그룹 지원을 받아 자금 수혈과 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일부 성공했다”면서 “그룹 내 지원이 없었다며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같은 사정 때문에 권오준 회장이 내달 주주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추측이 돌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회장직 취임을 놓고 각종 루머와 관련 사실들이 잇따라 언론에 노출됐음에도 회장직을 연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면서도 “권 회장 스스로 거취를 발표하는 것이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