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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재단·차떼기, 미르·K스포츠 흑역사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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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11-21 00:32

정희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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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재단·차떼기, 미르·K스포츠 흑역사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속칭 ‘재벌’ 또는 ‘대기업집단’으로 불리는 재계가 장기간에 걸쳐 지탄의 대상으로 몰려 있다.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를 가려서 살필 생각도 조사를 받은 총수와 조사 받을 일이 없는 결백한 총수가 누구누구인지 일일이 따질 이유도 느끼지 않는다.

비이성적 적대감이 자리잡기 딱 알맞은 시즌이다. 우리 사회에 속한 대중은 멀지 않은 훗날 또 하나의 ‘흑역사’로 부를 역사의 한 장면씩을 날마다 겪고 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 돈을 출연 받는 과정을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는 검찰발 소식은 외신들마저 놀랍게 받아들인 사안이다.

◇ 일해재단과 노태우 대통령 뇌물

비록 ‘흑역사’란 개념이 비공식적인 개념이지만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한 인터넷 백과사전에선 “흑역사란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혹은 없던 일로 된 과거의 일을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풀어 놓았다. 대기업집단 경영자들로서는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싶은 일에 휘말려 있는 상태다. 게 중에는 이번 고비가 어떻게든 넘어가고 나면 다시 대중들에게 잊히고 그래서 사실상 ‘없던 일로 파묻히는 효과’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자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저질렀던 일해재단 비리와 판박이라고 일컫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장세동 씨가 펴낸 책에서는 598억 5000만원을 경제계에서 내로라는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거둬들였던 것으로 나온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이름 올렸다. 제조업체가 아닌 신한은행 소속으로 고 이희건 당시 명예회장 이름도 올라 있다.

한국기업 성장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군사정권시절 국내 대기업활동은 정부가 생사여탈권을 좌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연에 응했을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한다. 그래도 노태우 정권 시절 다시 뇌물을 공여하는 일이 다시 빚어졌고 그 자금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었던 점에서 법률 위반인데다 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차떼기’ 자금과 문화·스포츠재단

권력이 요구하고 대규모 불법자금을 조성해 건네는 일은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시간을 훌쩍 건넌 2002년 대선 당시 당선 가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던 한나라당에 823억2000만원이, 민주당에는 이보다 적은 약 114억원이 제공됐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을 불법 조성한 것에 더해 전달 방법도 대중에겐 충격적이었다. 112억원의 자금을 국민주택채권으로 바꾼 뒤 한 권의 책자로 만들어 여당에 전달한 삼성그룹은 소프트했다. 150억원의 자금을 트럭에 실어 통째 넘겼던 LG그룹의 선 굵은 플레이는 ‘차떼기 대선 불법자금’ 사건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이들 불법자금 전달 사례에서 롯데, 한화, 금호 등의 그룹 등 빠짐없이 등장한 곳이 여럿이다. 물론 공익재단으로 포장된 최근 두 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부는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 좋은 일에 써달라는 선의에서 비롯됐다던 설명과 달리 최근 확인된 사실은 대통령 독대를 거쳐 단시간에 자금 출연이 집행됐다는 것이어서 파장은 커지면 커졌지 약해지기 어렵다.

◇ 시간을 약 삼을 생각이라면

권력의 요청인데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 어느 정도 먹히면서 한 때 애꿎은 피해자로 간주될 수 있던 처지에서 지금은 공범 혐의가 커진 상황으로 넘어왔다. 권력 핵심부에 청하고 싶은 ‘민원 사항’이 있는 대기업 또는 총수로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한 대가로 돌려받은 혜택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자꾸만 웃자라고 있다. 이럴수록 대기업의 도덕성과 가치는 상처가 덧나거나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쯤 되고 보니 사태 초반부터 대항력을 상실한 듯 무기력한 대응으로 코드 맞추기를 한 것이 유효한 선택인지 아닌지 모호해졌다.

대중이 망각하길 기다리는 모습을 반복했다는 점은 결코 온당치 않다는 지적에 언제까지 귀 닫을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이대로라면 다음 대선 때 대기업의 순기능과 이들을 대변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순기능 자체가 부정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개연성이 짙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차 떼기 불법대선’ 자금이 발각되어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소속 정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천막당사로 이전하는 승부수를 던지고 원칙과 소신을 굳게 지키면서 정부에 비타협적으로 맞선 것을 자산 삼아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지난 선거에서 대중이 열렬히 지지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앞세워 야당의 에봉을 꺾어 당선됐던 사실도 부메랑으로 올 것이다.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분야가 있다. 잘못 다뤄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솔직히 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구체적으로 밝히는 사과의 과정, 성찰과 반성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과정이 있어야 재기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 본립도생 결단 기대

얼마를 냈는지조차 솔직하게 알리지 않으면서 힘 센 정치권력이 압박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피해자 관점에서 침묵하는 대응전략의 유효기간은 지났다. 검찰 수사로 확정될 사법적 책임을 묵묵히 감수하겠다는 태도로는 한계가 크다.

비록 침묵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기업활동이 정치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사회가 다가오길 바라는 기업시민으로 충실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 의지를 이해시키는 정공법을 모색하는 것은 어떨까. 근본을 바로 세우면 길이 열린다는 사자성어에서 구습을 벗고 전환기를 스스로 맞이하려는 결단을 대기업 총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어가는 순간이 조금만 더 빨리 올 수는 없는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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