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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만료 자살보험금 논란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6-10-14 21:14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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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효 만료 자살보험금 논란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장면1)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보험사들에 대한 고강도 행정제재를 이어갈 예정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질의에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보험사는 양정 기준에 따라 엄정히 행정 제제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날 동일한 장소에 일반 증인으로 참석한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은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있냐는 부분에 있어 사회적 통념상 어려운 문제”라고 언급한 뒤 “법원 판결이 엇갈려서 임의적 지급은 어려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장면2)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못준다니까요. 그 당시 누가 자살보험금을 약관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말씀 드릴게요. 못줍니다. 이미 못주겠다는 소송도 걸었어요. 보험금은 회사 돈이 아니라 보험 가입자들 돈인데, 감독당국이 압박한다고 마음대로 내줄 수는 없습니다.” A대형 생명보험사 고위 관계자.

2015년 10월 13일 현재 대한민국 보험산업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약간 희화화한 장면들이기는 하지만 본질은 명확하다. 보험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달콤한 유인책을 내놓았다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후안무치한 대형 보험회사의 단면적 모습이라는 것.

요즘 생명보험업계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시끄럽다. 대법원이 최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계속 이들 생명보험사들에 돈을 지급할 것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사실 이번 미지급 자살보험금 논란은 생명보험사들이 보험 가입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배(倍)이상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겠다는 약관을 지키지 않아 불거진 일이다.

실제 지난 2001년 한 생명보험사가 ‘자살을 해도 재해 사망금을 준다’는 상식 밖의 약관을 만들었고 이를 다른 보험사들이 아무 생각 없이 줄줄이 베껴 썼다. 이 약관이 바로잡힌 것은 2010년 이후이고 그 사이 이 상품이 282만건이나 팔렸다.

그러다가 생명보험사들이 ‘사회통념상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텨 왔고 금융감독원은 ‘약관대로 지급하라’며 압박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때(2016년2월말)까지 미지급된 자살보험금이 2465억원에 달했다.

결국 대법원이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여러 생명보험사들이 여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해결의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이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하면서 문제가 다시 증폭됐다.

이번엔 대법원이 생명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주되, 시효가 지났으면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게 대법원 결정이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나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행정은 별개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자살 보험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들은 상고심 판결 직후 민사적 부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일 뿐 행정적으로 자살보험금의 ‘예외없는 지급’ 방침엔 변화가 없으며, 생명보험사들이 기초서류 의무 등 보험업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강력 제재할 것을 시사했다. 또 미지급 생보사 14곳 중 보험금을 일괄 지급한 회사와 아닌 회사의 제재 수위도 ‘당연히’ 다를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치권은 한술 더 떠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소멸시효의 효력을 없애는 취지의 법안 발의에 나섰다.

이로 인해 생명보험사들은 지금 좌불안석이다.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안 주자니 금융감독원이 무섭고, 지급하자니 배임책임이 무섭기 때문이다. 이들 생명보험사들은 지금 잘못된 약관을 베껴 쓴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감독당국과 일부 정치권 움직임은 표퓰리즘을 등에 업고 사법부 위에 올라서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행정처분을 앞세워 사망보험금 지급을 강제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을 금융당국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또 여론에 편승해 생명보험사를 압박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감독당국의 강경 일변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보험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감독당국의 책임이다. 종이호랑이가 아니라 금융소비자를 보험회사의 횡포로부터 지켜주는 힘센 호랑이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얼마전 만난 금융권 고위 관계자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보험산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있는 것 같습니까?”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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