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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지 말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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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9-05 00:55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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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지 말자
[한국금융신문] 말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2016 리우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저는 애당초 이 올림픽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러시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도핑사건에 대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미온적으로 조치하였고, 그로 인해 도핑사건을 용기 있게 세계에 알렸던 ‘양심적인 내부 고발자’ 스테파노바가 궁지에 몰리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블로그에 ‘올림픽은 죽었다 -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올릴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저의 관심사는 올림픽 이후 지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것인지 여부에 있었습니다. 작년의 메르스 사태가 트라우마처럼 작동한 때문이겠죠.

◇ 각본없는 드라마가 준 감동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됩니까? 아내가 틀어놓은 TV를 곁눈질해서 보다가 슬슬 올림픽에 빠져들었습니다.

우선 올림픽을 여는 개막식이 마음을 이끌었습니다. 개막식에 투입된 비용이 2012런던올림픽의 12분의1 수준인 55억 원의 저예산임에도 친환경을 주제로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최종 성화 주자로 예상을 깨고 마라토너 반데를레이 드 리마가 등장한 것입니다.

아는 이는 알지만, 리마는 ‘비운의 마라토너’와 함께 ‘감동의 마라토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사람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리마는 결승선을 불과 5km 앞두고 불운을 맞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2위와 무려 300m의 간격을 유지하며 선두로 달렸습니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금메달이 어른거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신 나간 종말론 추종자가 갑자기 뛰어들어 리마를 쓰러트렸고 그 바람에 결국 3위에 그치고 맙니다.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서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나를 밀친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런데 이번의 리우에서 또 세계인을 감동시킨 명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아니 ‘연출’이 아니라 자연스런 인간애가 작동한 것입니다. 여자 육상 5000m 예선 2조에서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가 그 주인공입니다.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다들 아는 스토리지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2500m를 지나 선수들이 막판을 향해 뒤엉켜 달릴 때 햄블린이 무엇엔가 걸려 갑자기 넘어집니다. 그 바람에 바짝 뒤를 쫓던 다고스티노가 햄블린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디아고스티노가 벌떡 일어나 트랙에 쓰러져 있는 햄블린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 같이 뛰자”고 말을 건넸습니다. 스타트 라인에 서기까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의 격려에 힘을 얻은 햄블린은 일어섰고 두 선수가 몇 걸음을 함께 옮겼을 때 이번에는 다고스티노가 주저앉습니다.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그러자 이번에는 햄블린이 멈춰섰습니다. 그리고는 “괜찮아? 뛸 수 있겠어?”라고 묻고는 두 팔을 이끌어 세웠습니다. 다고스티노는 그 후로도 다리를 절룩이고 극심한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주저앉지만 결국 두 사람이 함께 달려 결승점을 통과합니다.

두 선수의 올림픽은 사실상 그렇게 끝났습니다. 먼저 골인한 햄블린은 다고스티노가 도착하자 다가가 서로 부둥켜안았고 관중들은 아름다운 ‘꼴찌들’에게 기립박수로 격려했습니다. 경기 후 햄블린이 말했습니다.

“모두가 메달을 원하지만, 이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두 선수의 레이스를 두고 “경쟁과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인간애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경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도핑사건에 대한 미온적 처리로, 나로서는 정나미가 떨어진 IOC가 그래도 좋은 결정을 했습니다.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텡 남작의 이름을 따서 만든 ‘쿠베르탱 메달’을 이들에게 수여한 것이죠. 비운의 마라토너 리마에게도 그렇게 했듯이 말입니다.

◇ 올림픽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올림픽은 그래서 멋있습니다. 누가 금메달을 목에 거냐는 사실 별 의미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도 햄블린과 다고스티노의 명장면을 소개한 한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전부는 아니다.’(조선일보, 2016. 8. 18)

그렇습니다.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금메달을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때부터인가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스스로 멈춰서지를 못합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말입니다. 그러노라면 자연스레 동료가 경쟁자로 변하고 그가 쓰러져야 내가 앞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눈떠야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바람에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등을 하는 것보다 인생에서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많고도 많습니다.

이글의 마무리는 역시 리우 올림픽의 선수 이야기로 해야겠습니다. 결승전 9대 13의 상황에서 “할 수 있다”를 되뇌며 15대 14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펜싱의 박상영 선수가 주인공입니다. 그의 어록 ‘할 수 있다’가 국민적 유행어로 다시 떴지만(원래 오래된 유행어다), 나는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으로 “금메달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라고 한 그의 말을 더 좋아합니다.

‘할 수 있다’면서 앞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 뒤돌아보는 지혜를 이번의 올림픽에서 배웠으면 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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