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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난 산업은행 직원들 치유 병행도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6-06-17 17:10 최종수정 : 2016-06-19 20:50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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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난 산업은행 직원들 치유 병행도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국책은행의 숙명이겠죠. 하지만 못내 서운한 건 어쩔 수 가 없네요.”

지난주 감사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비금융자회사(출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산업은행 고위 간부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넋두리다. 정치권 낙하산 등에 대한 책임 규명은 빠진 채 재무분석시스템 등을 대우조선해양 관리 소홀의 핵심적인 대목으로 지목한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간부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정책 금융기관으로 산업은행의 명예실추다.

감사원은 258쪽에 달하는 감사보고서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관리를 잘못한 산업은행의 책임을 묻는 데 70쪽을 할애하고 대우조선해양 전 경영진의 부적절한 경영행태는 한 문단만 지적했다.

책임론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수업료의 역할을 해야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선 진짜 책임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근본적인 책임은 외면하고 겉에 드러난 손쉬운 책임만 묻는다면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을 수 없다. 산업은행이 왜 대주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지금이라고 솔직한 문제 제기와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른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 속의 산은의 고뇌는 등 돌리고 비판만 쏟아지는 통에 내부에서는 '변양호 신드롬'마저 확산되는 모양새다. 변양호 신드롬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변양호 전 국장은 약 4년간 이르는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 기간 동안 그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는 "논란이 있는 사안은 손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를 두고 가리키는 말이다.

만일 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한화그룹에 매각됐다면 최근 집중 포화된 여론은 산업은행을 비켜갔을지도 모른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6조 원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된바 있다.

이후 세계 1위 수성에 문제가 없어보이던 조선업은 급격한 업황 부진과 침체의 늪에 빠져 2013년부터는 계속 손실을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 무렵부터 현대· 삼성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주요 회사들의 선박 수주 또한 '0건'을 기록하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었다. 한 가지 잊어선 안 될 사실은 산업은행에 대한 여론과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은행은 국내에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가장 큰 기대치를 갖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IMF 당시 대우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일화는 여전히 산업은행 안팎에서 회자되는 대표적 '무용담'이다. 그밖에도 2003년 카드대란 진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어려울 때 '신속인수제'를 통한 시장안정에 기여한 점 또한 산업은행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산업은행 구성원은 '아무도 없다'는 게 산업은행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비판이나 처벌을 피하려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문제는 그러한 몇 가지 과(過)로 인해 산업은행이라는 기관 그 자체가 부정되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여론의 질타에 산업은행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STX조선이나 대우조선해양의 예를 통해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자 주채권은행으로서 출자회사 형식의 조선해운사들을 운영하면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십분 감수해야 한다. 국책은행의 몫인 까닭이다. 다만, 맹목적인 비난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현재 산업은행에서 옛 위상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다. 세상이 바뀐 것도 있지만 정부가 만든 상처로 누더기가 된 탓도 크다. 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가 병행돼야 한다.

괴테는 '재산을 잃었다면 다시 모으면 되지만 용기를 잃었다면 그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것만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100개가 넘는 출자회사를 관리해야 하는 숙명을 떠안고 있는 산업은행의 명예 실추가 '용기의 상실'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때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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