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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버드 경제학 교수의 고백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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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4-04 02:48 최종수정 : 2016-04-04 15:52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손정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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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버드 경제학 교수의 고백
[한국금융신문] 금융판매회사 중심 권유로는 투자상품 선택 어려워

투자 단순화하려면 전문적 자문받아 지속 투자해야

최근에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세간에 오르내리면서 금융투자의 “쏠림현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년에 중국 증시가 양호한 실적을 보이자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투자자들이 몰려서 올해 초에는 발행 잔액이 약 37조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1월에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당해 ELS의 손실발생 가능성이 부각되자 감독당국은 특정지수에 대한 ELS 쏠림현상 등 시장 전체적인 리스크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쏠림현상을 완벽하게 억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투자 상품을 선택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 상품 선택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작년 7월에 뉴욕타임스에 「투자하기가 왜 이리 복잡한가? 단순하게 하는 방법은?」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는 두려운 일을 미루다가 결국 한다는 서두와 함께 필자가 퇴직연금 계정에 접근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때는 걱정이 앞섭니다. 몇 개 펀드에 가입은 되어 있는데 어떻게 고른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남아 있어 수익이 거의 없습니다.

투자 상품을 고르려고 화면을 넘겨보지만 어려운 용어가 끝도 없이 등장합니다. 누구나 경험해본 익숙한 상황이겠지만 필자가 더욱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는 필자가 잘 훈련된 경제학자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필자에게 투자방법을 묻곤 한다는 필자의 이름은 센딜 물레이나탄(Sendhil Mullainathan)이며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입니다.

2014년 8월에 미국 찰스 슈압 증권회사가 발표한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의 근로자 대부분은 자신의 퇴직계정인 401(k)로 투자할 상품을 선택하는데 약 두 시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자동차 구입에 고민하는 시간의 약 절반입니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닙니다. 열 명 중에 거의 아홉 명이 퇴직연금인 401(k)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한답니다. 물레이나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랍니다. 택시를 타서 목적지를 말하면 가장 좋은 길을 택시기사가 선택해서 가고 손님은 편하게 앉아 있다가 택시기사에게 그에 대한 보상으로 택시비를 지불하는데 투자는 왜 그렇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투자할 때도 투자자들이 비용을 지불하는데 왜 선택을 투자자가 해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경제학 교수답게 투자 상품의 선택이 어려운 이유도 설명합니다. 투자 시장이 여타 시장과 다르답니다. 첫째, 투자의 속성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선택하기가 어려운 투자자들이 과거 실적을 중시하는 편향(bias)을 보이면 금융회사들은 그를 이용합니다. 높은 실적을 안정적으로 추구하는 경쟁보다는 위험한 투자를 한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상품을 연이어 쏟아내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름을 붙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는 직관적이고 쉬운 자문에 힘입어 인덱스펀드 투자가 늘어나자 금융회사들은 수백 개의 ETF를 출시해서 실질적인 인덱스펀드의 숫자를 크게 늘렸답니다. 게다가 순수한 인덱스펀드에 비해서 비용도 높아졌다고 설명합니다. 금융교육이 투자 상품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현실 하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판매회사 직원들의 권유도 믿기 어렵답니다. 그들에게 적용되는 법적 기준이 매우 낮기에 그들이 고객의 입장보다 판매회사의 입장을 고려해서 권유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문자문업자들은 판매회사 직원들에 비해서 훨씬 높은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만 이들을 이용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찰스 슈압 서베이 응답자 중 약 1/4만 전문적 자문을 받는다고 답했는데 자동차 엔진오일 교환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 87%의 1/3 수준입니다. 물레이나탄 교수가 지적한 마지막 문제점은 알아도 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금연을 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물레이나탄 교수가 제안하는 복잡해진 투자하기를 단순하게 하는 방법은 ‘전문적 자문을 받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함을 상기하자’입니다. 또한, 펀드의 명칭은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붙여야 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투자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투자하면서 실수하기는 다반사지만 자신은 실수를 피하려 노력하다가 아무 것에도 투자하지 않는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독립투자자문업자제도” 도입을 포함하여 금융상품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독립투자자문업자는 금융상품 제조 판매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금융상품 자문을 제공하는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문의 대가를 고객으로부터만 수취하며 자문해 준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금융회사로부터 수취할 수 없습니다. 수수료, 수당 등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사무실 제공, 해외연수 지원 등 자문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부수적 이익도 금지됩니다.

또한, 자문료는 포트폴리오의 내용에 관계없이 고객 자산규모나 자문 제공 횟수 등 중립적인 방식으로 부과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도 첫 단추는 끼운 것 같습니다. 쏠림현상이 제아무리 심해도 결과가 예상과 같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결과가 예상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투자의 특징입니다. 즉, 투자의 쏠림현상은 언제라도 예상과 다른 결과를 야기해서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쏠림현상을 완벽하게 억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투자자들이 각자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 상품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쏠림현상이 없어질 수는 없습니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수익성이 좋아 보인다는 것이 당시에는 합리적 판단일 수 있고, 또한 여건이 유사한 투자자들 간에는 가장 적합한 투자 상품도 유사할 것이므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아마도 이와 정 반대겠지요.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투자 상품을 선택하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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