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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성공단 폐쇄, 사후약방문 되지 않기를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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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22 00:13 최종수정 : 2017-07-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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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성공단 폐쇄, 사후약방문 되지 않기를
[한국금융신문 고영훈 기자] “러시아와 서방세력 사이가 틀어져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최근 국제 정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냉전시대가 종말을 선언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요새 돌아가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정말 신냉전시대가 도래한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다.

1990년 하반기 서독과 동독을 가르던 ‘철의 장막’이 무너진데 이어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도 붕괴되면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대립이 종식 수순을 밟았다.

반면, 2016년 2월 한반도에서 냉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에서 비롯된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4년 가동에 들어 간 개성공단도 12년만에 폐쇄됐다.

10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결정했고, 북한 역시 강공책으로 맞섰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의 자산을 전면 동결 조치했다. 우리 측 인원 280명도 모두 출경절차를 마치고 개성공단에 한국인은 더 이상 없다.

이로써 남과 북이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쌓은 사업성과 공단의 상징성도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4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현대아산도 사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다. 우여곡절 많았던 개성공단은 2000년 6·15 공동성명 이후 남북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화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순기능과 북한 정부로 돈이 흘러 들어간다는 역기능의 우려에도 꿋꿋하게 버텼다.

이처럼 이중적 평가를 받아온 개성공단이 안보문제, 한반도가 신냉전 체제를 맞아 허무하게 12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3년 개성공단 재가동에 동의하며, 양측이 작성한 합의문은 3년이 되기도 전에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번 사건으로 과거 냉전시대의 유물들이 기시돼 아른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1962년 10월 쿠바미사일 사태로 인해 전쟁위기까지 갔던 미국과 쿠바. 당시 소련은 쿠바에 미사일을 설치하며 미국과 대치해 세계를 핵전쟁 위험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다행히 양국간의 대화로 위기는 일단락돼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61년 이후 국교를 단절했던 미국과 쿠바는 지난 7월 국교를 회복했다. 54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것이다. 미국과 쿠바도 화해 분위기로 나가고 있는 마당에 남북한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미국 정부 역시 강력한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켰고, 우리 정부도 김정은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124개 기업이 입주한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남북경협이 무너지면서 졸지에 5만여명의 노동자들이 실업자 신세가 됐다. 여기에 개성공단기업협회도 파산 직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 폐쇄에 따른 제대로 된 정부 지원조차 나온 게 없다. 안보 위기가 닥치면 ‘을’의 입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기업인들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문제는 앞으로 개성공단 폐쇄가 확실한 대북제재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정부는 북한 자금줄을 막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북의 경제제재 동참에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안보 리스크로 인해 국방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한 대에 1조원 이상인 사드배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손실과 사드에 대한 예상투자비까지 더해지면 남북한 안보 불안으로 인해 지출해야할 국방비는 가늠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이번에 북한 사태까지 겹쳐 한국 경제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우수(雨水)가 지났으나, 얼어붙은 남북관계로 대한민국 경제에 봄날이 쉽사리 올 것 같지 않다.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현명한 정책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이 위기일지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 조치들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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