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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알뜰 살림이냐 경세제민이냐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3-15 21:05 최종수정 : 2015-03-1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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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알뜰 살림이냐 경세제민이냐
가보지 못한 길로 접어들었다는 지적. 디플레와 전쟁을 제대로 치르겠다는 의지라는 풀이. 주말 동안 찬찬히 되짚어 본다면 열기가 식어야 정상적일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좀처럼 확신할 수 없다.

국내 경제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은데 통화당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무엇 하는 것이냐며 죄인 다루듯 맹공을 퍼부었던 사람들은 이제 분명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지도 않는다. 도대체 통화당국 금리 조정 말고 어떤 결단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고 알기 어려울 따름이다. 대신에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세력은 여전히 기세 등등한 실정이다.

◇ 때 늦었으나 다행~추가로 내려야

결과적으로 3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 본 사람들이 신통력을 인정받을 만하다.

3월 동결 전망을 냈던 사람들로선 머쓱한 일이고 연중 동결에서 연내 인하로 말을 갈아 타면서도 4월 이후를 점쳤던 사람도 민망해졌다.

이 때문인지 잘 결정한 것이라는 호평은 접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3월에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사람들 중에는 한 두 달 더 일찍 결행했어야 할 일이라고 혹평을 내놓았고 나아가 아예 상반기 중에 한 차례 더 내려 기준금리 1.5%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추가 인하론자들은 △국내경제 흐름이 당초 전망했던 성장경로를 밑돌고 있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경제주체들 심리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점을 앞세운다. 통화당국이 이같은 문제의식을 진정으로 갖고 있다면 미 연준이 금리 정상화에 나서기 전에 경기부양효과를 확실히 촉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 금리 내리라 추상같이 꾸짖었다면

심지어 통화당국이 진단했던 견해의 요지를 적극적으로 인용하면서 추가 인하 필연성을 강조하는 배경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릴 수 있도록 정부가 펼치는 경기부양책에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는 ‘우국충정’에 기반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니까. 사실 이론적으로 통화정책은 행정부가 추진하는 거시경제정책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과연 통화정책 가운데 대표적이고 핵심적 수단인 금리 조정 만큼 적극적이고 효과가 확실한 처방이 따라올 것인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목 안에 걸린 가시처럼 자꾸 통증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최경환 부총리의 언행을 통해 볼 때 대한민국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 낮추는 결단에 버금갈 만큼의 거시경제정책이 펼쳐질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비판 받는 예산 조기집행 방침을 되풀이하는 것 말고 적극적인 정책입안에 나설 움직임이 없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거론하지 않았고 하다 못해 필요하다면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립 서비스조차 명확하지 않다.

부총리 공식 취임 이전에 높이 띄워 올렸다가 취임 이후 실종되나 싶었던 소득증대 비전은 알맹이 없이 기업 소유주들에게 공식 압박하는 퍼포먼스만 펼칠 따름이다.

◇ 수출 경쟁력 무너진 마당에 기업 압박

그나마 기업 경영자들은 면전에서 반발하지만 않았을 뿐 터무니 없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13일 경제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과 협력업체에 대한 적정 대가지급 등 우리 경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요청했고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에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옹색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득증대 없이 얼어붙은 민간 소비지출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기울이는 노력이라곤 산업자본 오너들 또는 전문경영인들에게 말로 고통분담을 강조하는 것이 고작이라서 그렇다. 대한민국 대기업집단이 어떤 곳인지 몰라서 그랬다면 무지하거나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고 알고도 그러는 것이라면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을 ‘동남아에서 방금 귀국해서 펼치는 쇼’에 불과할 것이다.

◇ 가계부채 해법조차 불명확한데 어떻게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다. 금리수준이 높아서 내수가 그렇게 불황이었는지, 음식점 손님이 줄고 저녁 장사를 포기하는 곳이 늘어났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금리가 내려가면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구매력이 부분적으로 늘어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형 불황으로 가지 말란 법이 있을까?

무엇보다 안심전환대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난무하는 판에 무엇을 이야기 할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재무건전성이 좋아진 대신 가계부채가 눈덩이를 지나 산더미마냥 늘었다. 부동산 가격이 연착륙하나 싶더니 다시 치솟으면서 큰 빚을 내고 집을 사거나 생활비로 쓰려다 빚어진 일이다.

기업이 임금 및 거래대금 주던 것을 극히 아끼는 알뜰 살림에 충실한 반면 씀씀이를 줄이지 못한 가계부문의 빚이 늘어난 것이라면 개인들의 방만한 살림살이를 꾸짖을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질 소득이 줄고 일자리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자 가계부문도 알뜰 살림 전략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정부가 환율조작국 의심을 무릅쓰고 고환율을 유지하던 시절 수출을 늘리며 ‘호의호식’했던 때에도 임금을 올리거나 고용을 늘리거나 협력 납품업체 단가를 후하게 쳐준 적 없던 대기업들이 엔저와 글로벌 경기부진 때문에 수출마저 줄어드니까 앓는 소리를 하는 상황이다. 공기업 예산과 정원을 올해 또 깎아 소득과 양질의 일자리를 함께 줄이며 이익이 줄고 있는 금융회사들이 임금 수준이 높다는 공격이 난무한다.

◇ 창업은커녕 전직 재취업 인프라도 없으면서

그리고 중진국에서 완전히 탈출해서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개혁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수출 단가보다 값은 비싸고 질은 낮은데도 묵묵히 국산품 애용해줬던 바보 소비자들이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구매력마저 떨어진 마당에 더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단 하나의 변화로 무엇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인지 고등학교 재학생 수준의 시민들이 알아 먹을 수 있게 설명 한 번 속시원히 해 줄 고위공무원, 경제학자, 이코노미스트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

기업과 가계에 이어 정부도 대기업 증세를 거부하면서 알뜰살림만 외치면 누가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영어로 Economy를 경제 또는 경제학으로 번역한 것은 이쯤되고 보면 명백한 오역이다. 세상을 경영하고 백성을 구휼한다는 경세제민의 뜻이 알뜰살림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Economy와 어떻게 부합한단 말인가.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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