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금조달 과정에서 불편함은 줄었고 동종업계 기업들이 전년보다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봤던 시각이 줄어든 대신 전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앞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답변이 반 조금 못 미치는 46.4%인 가운데 올해 확대할 곳이 나왔고 내년에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더욱 많았다. 만약 내수경기 부양에 성공하고 조건이 좋은 정책자금이 공급되는 우호적 정책기조가 이어진다면 설비투자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입 모아 기대하는 모양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 설비투자 바닥 다지고 확대 모색
일단 객관적으로 볼 때 설비투자에 나서겠다는 기업 비중은 2010~2012년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2010년 이후 석 삼년 동안 설비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은 30%를 웃돌았거나(11,12년) 못해도 30%에 근접(10년, 29.1%)했다.
이와 달리 지난해 26.8%에 올해는 26.5%로 떨어진 상태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수출실적 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설비투자 확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 연구소 결과가 그늘을 드리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올해 설비투자가 노후설비 개체 및 보수 목적이 56.6%에 기존제품 생산력 증대인 경우가 47.6%라는 점 또한 희망적으로 보기엔 어려운 기색이 짙다.
심지어 신제품 생산 또는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적극적 투자는 지난해 각각 23.6%와 9.3%였던 것이 올해 22.0%와 8.6%로 줄었다는 점은 암울함마저 풍기는 대목이다. 그래도 앞날을 살필 실마리를 따라 가면 희망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의약품, 자동차, 기타제조업, 화학제품 등 중화학공업 설비투자 예정업체 비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설비투자할 자산 형태면에서 ‘기계장치’와 ‘건물 및 구조물’ 비중이 늘어난 반면 ‘공구·비품’과 ‘차량·선박’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이다.
◇ 올해 옆걸음보다 내년 이후 반등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설비투자 확대시점이 언제인가냐 하는 지점에서 희망의 단초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확대가 어렵다는 비중이 48.4%로 나타나긴 했지만 내년 이후를 확대 시점으로 보는 기업이 만만치 않았다.
내년 상반기를 설비투자 확대로 잡고 있는 기업이 13.8%였고 2016년 상반기로 꼽은 곳도 7.9%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8.6%와 하반기 7.9%를 합하면 16.6%지만 내년 상,하반기를 합하면 21.0%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다. 확대 시기를 2016년으로 잡고 있는 14.4%도 뒤를 이었다.
앞으로 전망과 관련, 긍정적 시그널은 또 있다. 올해 동종업계 설비투자 전망을 놓고 투자를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30.0%나 되던 것이 26.3%로 줄었고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라는 답변도 줄었으며 미미하지만 지난해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답이 늘었다. 아울러 은행에서 자금을 끌어 쓰는 여건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망이 밝아질 것으로 볼 만 한 상황으로 보인다. 은행 자금 조달하기에 어려움이 없다는 기업부터가 38.9%에서 42.5%로 늘었다.
◇ 자금조달 호전 속 당국 적절한 정책 소망
대출금리가 높아 어렵다는 기업은 소폭 줄었고 대출한도 부족을 호소한 기업이 21.5%에서 19.7%로, 담보부족을 호소하던 기업이 22.7%에서 19.6%로 줄었으며 제때 빌리기 어렵다거나 상환조건이 불리하다는 민원성 불만도 일제히 줄었다. 이만 하면 정책당국이 여건을 잘 만 형성해 주면 중소기업 생산활동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어 볼만 하다.
설비투자 활성화와 관련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점으로 내수경기 부양을 꼽은 견해가 지난해 55.4%에서 올해는 59.7%로 6할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이어 조건이 좋은 정책자금 공급을 바라는 견해가 소폭 늘어난 37.7%였다. 저금리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는 3할 가깝던 비중이 26.5%로 4분의 1 언저리로 줄어들었다.
설비투자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꼽은 요인이 내수경기, 설비 노후화 순으로 나타난 것을 함께 생각하면 내수 부양에 잘만 대응하면 실물경제는 봄을 지나 여릅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예측을 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