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데스크 칼럼] 擧世混濁, 능력자는 어디에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10-16 22:51 최종수정 : 2014-06-22 13:00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데스크 칼럼] 擧世混濁, 능력자는 어디에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할 사람이 문제다.”

한 두 해 전 세모의 때를 맞아 저녁을 나누던 자리에서 전직 금융 관료 출신 금융계 고위직 인사가 그렇게 말했다. 외환위기, 카드대란에다 글로벌금융위기에 이은 저축은행 사태까지 겪으면서 금융관련 법규와 제도가 매우 엄정해 졌으니 굳건한 각오를 바탕 삼아 잘 운영한다면 모든 과제가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라고 그는 자신 만만해 했다.

최근의 동양그룹 사태가 아니었다면 그 주장은 여전히 유효성이 의심받는 일은 없이 금융정책과 산업질서 유지에 기득권을 쥔 사람들이 하냥 주도하는 일이 이어질 수 있었으리라. 동양그룹에 앞서 불거진 웅진그룹과 STX그룹의 문제 마저 극복하지 못한 터였기에 ‘과연 대한민국 금융감독 시스템, 그리고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이 믿을 만한가?’라는 의구심이 확산하더라도 어떻게 진화할 방법이 없다.

◇ 금융산업 모든 권역과 금융유관 업종 그리고 당국까지 불신 늪

금융위원회의 분류법에 따르면 웅진과 STX는 동양과 사정이 다르다. 앞서 수면 밖으로 드러난 두 곳은 은행 중심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에 들어갔다가 결국 좌초했다면 동양 사태는 은행 시스템을 배제한 채 자본시장 시스템 활용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확인시켜 준 극명한 사례다. 산업자본 계열 증권사가 종금사 업무까지 겸영하고 있을 때 모그룹 계열사 유동성을 지원할 목적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가, 또한 모래 위 누각이 오래가기가 오히려 얼마나 쉽지 않은지 우리는 똑똑히 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융산업 자정시스템은 얼마나 잘 걸러 냈던가?

CP(기업어음)나 회사채는커녕 주식투자조차 직접 손대어 본 적 없는 전업주부에게 물어 보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나?’는 반문이 되돌아 올 텐데 이름깨나 있는 전문가들 역시 개탄하는 수준에서 단호할 따름인 실정이다. 사실 아직 우리 사회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도 끄덕 없이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친실물경제성으로 가득한 대안을 마련에 거듭 실패했던 것 아니었던가. 불특정 다수로서 대중들 가운데 민감한 사람 입장에서 ‘세상에 금융산업과 관련해서 믿을 만한 자들은 하나도 없구나!’라며 탄식하더라도 ‘예끼 여보슈’ 똑 부러지게 이렇고 저러해서 그런 문제기 때문에 요렇게 이 만큼만 고치고 바로잡으면 다 해결 날 문제라며 나무랄 사람이 없다.

대중의 익명성을 기준으로 하면 결국 은행과 보험사는 물론 증권회사도 신용평가사도 감독기구도 그 많은 뱅커와 애널리스트, 시장전문가와 당국 관계자들을 어떻게 믿겠냐고 질타하기 좋은 시절이다.

◇ 질책과 비판만 쳇바퀴 돌게 할 수 없다는 절박감 있나

질책과 비판을 포함해 시련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체는 적어도 우리가 아는 지구상엔 없다. 덜 복잡한 유기체가 단 하나 유별난 재주를 익히는 과정에는 숱한 시련과 시시때때로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일들이 겹쳐 쌓여 있기 마련이다.

다만 비판을 위한 비판, 알맹이 없는 질책으로만 끝난다면 의미도 가치도 없이 쳇바퀴로나 돌아갈 뿐일 것이다. 역사의 반복성을 인정한다 손치더라도 그것은 삼라만상 수 많은 존재들간의 작용에 따라 반복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지 단순 모사(模寫)하듯 하는 일은 없다. 유사성이 짙고 숱하게 반복되는 사례가 있노라 반박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면, 대체로 그릇이 원체 작은 인물들이 동과 서 옛과 요즘을 약간 달리한 채 비슷한 어리석음과 헛된 욕심 때문에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일 때가 많지 않나 싶다.

춘추시대 어느 군주는 역사를 통틀어 몇 손 안에 꼽힐 훌륭한 재상 덕에 나라가 융성해졌는데도 그가 남긴 유언을 무시하다 아들끼리의 권력 다툼의 와중에 혼자 감금당한 나머지 죽어서 썩어 간 경우도 있다지 않던가.

◇ 저성장 경제 이제 겨우 시작일 뿐

그래서 역사와 문학이 철학에 올라 타서 사회에 새롭고 신선한 물줄기를 대어 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은행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실제로 결코 적지 않다. 이 시스템 그대로 가면 은행 재무평가를 피해서 자본시장 의존도를 높였던 대기업 가운데 또 쓰러질 곳이 없다고 할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저성장 경제야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거시 경제정책이 구조적 선순환 구조를 향해서 작동되지 못한 지는 매우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말로만의 비상경영, 엄정한 구조조정 구호는 그만 둘 때가 아닐까. 일선 감독기구가 세 곳의 중견그룹이 침몰하는 과정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정책당국이 위험을 인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적은 시장규모에 완전개방 시스템이므로 지난 일 따지기보다 앞날을 위해 대승적으로 중지를 모으는 일이 절박하다는 거짓 호소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경기가 좋을 때조차 노동자들의 급여와 후생이 평균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는데 어찌 내수와 소비가 살아날 것이며, 대외 경기가 불순한데 국내외 이중 소비자가격으로 버티던 수출업체가 언제까지 연명할 수 있단 말인가. 때문에 무너질 기업과 가계가 양산되지 않도록 나서야 하는 정책당국자의 사명이 지대하다고 본다. 알량한 기득권이 주는 달콤함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중대한 실책의 반복은 현재의 기득권집단에 대한 원망이 쌓이고 결국 화에 미치는 계기가 축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법규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가 더욱 서민들이 당국더러 팔매질을 하게 만드는 사태, 막아야 할 몫 역시 기득권자들에게 있다.

어려운 시절, 위기에서 구해낼 사람과 관련한 표현 중에 공자께서 남긴 ‘거세혼탁 청사내현(擧世混濁 淸士乃見)’이란 말이 있다. 혼탁한 세상 건져 낼 능력자는 기득권층에 있지 않으니 위기는 가중된다. 정말 금융강국 경제강국이 되길 원한다면, 입법부와 행정부는 이런 말도 유념해봐야 할 것이다. 태산은 한 줌 흙도 마다하지 않아서 거대해 진 것이고 거대한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고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

민간전문가와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등 현장전문가 가운데 숨어 있는 능력자를 찾아내는 것이 진정 필요한 능력이다. 기존의 제한적 용도로 부림의 대상으로나 삼으려던 생각부터 버려야 큰 위기를 면해서 강국으로 올라설 기본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건 괜한 느낌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