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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유종유시’ ‘윤집궐중’과 신관치 역풍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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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6-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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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유종유시’ ‘윤집궐중’과 신관치 역풍
지난 주말 끝내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직격탄이 쏘아졌다.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노련 위원장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거쳐 지금은 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이용득 씨가 작심하고 쏘아 붙인 말이다.

그는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의 회장 후보 확정을 앞두고 신 위원장이 임영록 후보를 지원하는 발언으로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BS금융 이장호 회장 퇴진압력을 넣은 데도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다.

아울러 조영제 부원장에 대해선 “민간 금융사 CEO를 포괄적 감독권 행사라는 포장을 씌워 결국 사퇴시켰다”며 이같은 신관치 금융은 한국 금융시장을 망치는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발언 강도를 높였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또 “1997년 외환위기가 온 것은 민간은행, 국책은행 할 것 없이 모든 금융기관이 ‘모피아’에 장악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뒷짐을 지고 있는 틈을 타서 신제윤 위원장이 신관치 금융시대를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관치금융 논란의 범위를 외환위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끌고 올라갔다는 점에서 요즘 정치권과 사회각계에서 확산돼 있는 신관치 금융 논란을 한 층 더 증폭시키려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절반만 성공, 결국 이룬 게 없는 인사개입 시도’說

그런데, 그의 의도와 달리 신제윤 위원장을 지목한 공세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조영제 부원장이 직접 나서서 물러나라는 누군가의 뜻을 전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하지만 신 위원장은 퇴진압력 행사가 정당하냐는 질문에 “감독당국이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을 국회 대정부질의 현장에 이어 민간 조찬모임에서도 반복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묵시적 동의는 분명히 했지만 신 위원장이 직접 결정하고 지시까지 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조 부원장 직계 수장인 최수현 원장 또한 모호하다. 최 원장도 부산은행장에 이어 BS금융회장까지 지내며 비교적 장수 CEO로 있는 사이 리스크가 커졌다는 기본적 평가에 동의했다가 신관치 논란이 역풍으로 불어닥친 11일 무렵 차기 회장 인선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선에서 멈춰 섰다. 이를 두고 시중에선 관이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고 금융계에선 다시 의문이 꼬리를 문 끝에 결국 반만 성공한 관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돌았다.

특히 금융계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일부 내지는 다수의 청와대 참모들은 금융계 인사에 관치로 개입할 의사가 없는 가운데 누군가가 금감원을 움직였다가 역풍이 불자 막후로 숨어든 것 아니냐는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야말로 옛 재무부 이후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를 거치면서 처음엔 금융관료 집합체를 칭하던 말이다가 경제금융관료 집합체를 이르는 속어인 ‘모피아’가 주도하려던 의도가 아니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중층적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장호 회장 대신 누군가가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이다 보니 신관치 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추진했다가 최종적인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는 설이다. 금융경제계 원로들 사이에서도 이번 일의 동기가 설득력이 약할 뿐 아니라 처리과정 모두 미숙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유종유시를 훨씬 강조했던 선현들의 인식

원로들 뿐 아니라 대개의 금융인들 역시 금감원이 직접 특정 CEO를 물러나게 만든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민은행에서 KB금융으로 이어 가며 이 금융그룹의 전직 CEO들과 연관된 이야기라 공교롭긴 하지만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전 (통합)국민은행장이 국민카드 합병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했던 것이나 KB금융 회장에 도전했던 강정원 행장이 개인비리 혐의까지 언론에 노출당하는 곤욕을 치르다 낙마했고 그에 앞서 황영기닫기황영기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겸직시절 감독당국과 예금보험공사의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파생상품 투자를 늘렸다가 큰 손실을 불러온 것 등이 무거운 제재를 받는 바람에 물러났던 경우였다.

반면에 이장호 회장 관련 금감원의 검사결과는 리스크위원장과 나눔재단 등이 과도한 겸직 등 당장 물러나야 할 만큼 중대한 제재 사유가 적시되지 않았다. “혹시 보도자료로 오픈하기 차마 어려운 내용은 뺀 채 이장호 회장에게 언질을 주는 방식으로 물러나게 한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금융계 고위관계자도 필자는 접한 바 있다.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포괄적 감독권 행사라는 초법적 해명이 아니라 오히려 검사결과 이랬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였다고 일갈하면 깔끔했을 일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유시유종이 아니라 유종유시를 강조하곤 했던 옛 선현들의 숨결을 헤아려 봄직하다. 시간 순서상 시작이 있으므로 끝이 있다거나 시작을 했으면 끝을 맺으라는 뜻으로 유시유종이 합리적일 텐데 유종유시를 앞세우는 경우는 대개가 품은 뜻이 더 심오한 경우다. 끝이 시작을 낳고 시작은 필연적으로 끝을 향하기 마련이라는 진리를 부각시킬 때 유용하다. 또한 하루의 끝인 24시 정각이 곧 새 날의 0시와 포개지는 것과 같이 종과 시가 무한 연쇄를 이루는 삼라만상의 섭리에 훨씬 더 근접한 인식이 담긴 것이다.

금융감독에도 유종유시의 인식을 적용시킨다면 어떨까. 4개 금융감독기구들이 분절적으로 살피다가 외환위기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통합 금융감독원이 출범했던 유종유시가 있었고 요즘에는 거시건전성 감독과 행위규제 및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쌍봉형 체제논의가 새로운 유종유시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 본말을 뒤바꾸지 않고 법도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

일단 최수현 원장이냐 신제윤 위원장이냐 아니면 숨은 배후가 있느냐를 떠나 조영제 부원장은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에겐 일차 타깃이 되고 말았다. 정말 그런 게 아니라 BS금융 최고경영자가 물러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중대한 경영상 과오가 있다면 모를까, KB금융 관치 낙하산 논란마저 임영록 회장 내정자의 현명하고 통큰 처신으로 소멸하고 나더라도 이 문제는 비교적 오랫동안 끌고 갈 여지가 크다.

유가 경전 중 사서의 하나로 격상된 ‘대학’ 경1장을 보면 흔히 쓰이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가운데 평천하라는 부분을 명명덕천하로(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서술한 부분이 있다. 객관적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마음을 바로 잡아 수양을 거듭해서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며 세상을 공평하게 하는 일의 본질은 누구나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밝은 덕을 밝히는 일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 것이다.

또한 ‘대학’ 끝 쯤 가서 덕은 근본이요 재물은 말(末)이며 본이 되는 덕을 밖으로 내몰고 말로 삼아야 할 재물(행정목표)을 안으로 삼으면 백성이 다투게되어 백성들이 흩어진다고 지적한 내용이 있다. 백성이 흩어진다는 의미는 율곡 선생의 가르침에도 등장한다. 율곡 선생은 임금이 백성에게 주인이 하인을 다스릴 때, 마땅히 은혜를 먼저 베풀고 위엄을 뒤에 해야 그 마음을 얻을 것(當先恩而後威 乃得其心)이요 백성을 아끼지 않으면 백성이 흩어져 나라가 망하는 이치를 유념하라고 했다.

금융정책과 감독의 과정에서도 중용에서 등장하는 ‘윤집궐중’ 그리고 황제의 치세 원리로 강조되어온 ‘극수궐유’가 바탕을 이뤘다면 오늘 신관치 역풍이 초래됐을까. 정성을 다해 정사의 중심을 잡도록 노력하라는 가르침이 서경의 ‘允執厥中(윤집궐중)’이다. 또한 치우침 없는 덕으로 백성을 안위롭게 한다는 ‘克綏厥猷(극수궐유)’이란 가르침은 황제가 세운 법도가 백성을 안위롭게 한다는 ‘建極綏猷(건극수유)’라는 말로 발전해 자금성 황제 집무실 편액으로 걸렸다고 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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