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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포식 끝? 가계부채 대책 무참!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3-13 22:42

대기업 수요 위축 속 中企대출 벌써 지난 한해 육박
주담대만 쾌속항진↔주담대外 20개월 전 ‘백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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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포식 끝? 가계부채 대책 무참!
저성장 저금리 새 물결만 온 게 아니라 금융시장의 변모 또한 완연해 진 게 아닌가 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올 들어 은행을 중심으로 보면, 금융시장에선 두 쌍의 상반된 모습이 빚어지면서 이같은 추세가 굳히기에 들어갈 것인지 말지 관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 쌍은 가계부문 주택담보대출과 그 밖의 대출 사이에서 나타났고 다른 한 쌍은 중소기업대출과 대기업 대출 사이에서 벌어진 모습이다.

◇ 주담대외 대출, 두 달 새 2조원 회수

13일 현재 살필 수 있는 한국은행 금융시장 통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뺀 가계대출은 올 들어 벌써 2조원이나 줄었다.

지난 12월 1000억원 줄어든 이래 연속 석달째 감소다. 그나마 지난 해 전체 증가폭이 7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던 터였다. 마이너스통장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이 주를 이루는 주택담보대출 외 가계대출 증감치를 합산해 봤더니 2011년 7월 이후 1000억원이 줄어든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를 뺀 가계대출은 약 21개월 전 상황으로 ‘백(Back) 점프’한 것이나 다름 없다. 주택담보대출 움직임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적격대출이나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등을 취급했다가 공사에 채권을 양도한 것까지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월 4000억원을 포함 올들어 벌써 약 2조 5000억원 늘어났다.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이 나온 게 2011년 상반기 말이었는데 그 해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 조금이라도 감소했던 달은 지난해 1월 약 3000억원 마이너스 낸 게 유일하다. 당시 감소 현상에 대해선 한은조차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전년 말 취득세 감면조치가 끝나기 전 실수요자 조기 대출 수요가 몰린 반사효과로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던 때다.

하지만 이 때를 빼면 주택담보대출은 대마불사 신화를 이었다. 최근엔 지난해 12월 세제감면 혜택이 끝나기 앞서 조기대출 수요가 몰리며 5조 7000억원이나 대출이 이뤄지고도 1월에 4000억원 또 늘었고 2월엔 아예 2조 1000억원이나 늘었다. 2월 움직임에 대한 한은의 풀이가 흥미롭다. “세제혜택 연장기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택거래가 부진하다지만 새 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까지 엉기면서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 게다가 2011년 7월 이후 주담대 증가 규모는 무려 46조 3000억원에 이른다. 가계부채 연착륙 처방은 주로 신용대출로 구성된 주담대 외 대출을 제자리로 묶어 놓았을 뿐 부채 볼륨 감축을 통한 리스크 저감조차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도 좋을 수준이다.

◇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기업대출 쪽에선 이젠 왕년의 빅히트 영화 ‘친구’가 끝날 무렵 배우 장동건 씨가 내뱉었던 유명한 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나왔다. 중소기업 대출이 지난 1월 3조 1139억원 늘어난 데 이어 2월엔 다시 2조 3351억원 불어났다. 두 달 동안 늘어난 규모를 합하면 5조 4490억원. 지난 한 해 동안 잔액 증가폭 5조 7259억원에 바짝 근접했다.

지난 12월 줄었던 7조 7140억원을 다시 채우진 못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분명 의미 있는 증가세 전환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연말 감소 규모에는 은행들이 일시 회수한 것도 있지만 부실채권이어서 정리된 규모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실을 떨어 내거나 매각 해 버린 규모가 상당액을 차지한다면 연말 회수분을 다시 채우고도 중소기업 대출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와 달리 대기업 대출은 지난 연말 줄였던 4조 781억원이 대부분 회복되지 않은 채로 머물렀다. 2월 대기업대출 증가 폭은 고작 8414억원. 1월 1조 5771억원의 절반 조금 넘는다.

◇ 대기업 자금수요 적고 中企 투자 위축 자금사정 생각보다 평탄 가능성

이에 대해 한은은 “우량 대기업 대출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대출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2011년과 지난 해 해마다 27조원 이상의 대출을 늘려 놓으며 선제적 자금 조달을 마쳐 놓았기 때문에 올해 투자를 늘릴 것이 아니라면 추가 자금조달이 크게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중소기업들은 넘보기 어려운 회사채 시장에서는 은행대출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적은데도 우량등급 회사채 중심으로 2월 동안 약 1조원 규모의 순발행이 이뤄졌을 뿐이다. 조달 여건이 좋아졌는데도 상환한 규모를 빼고 나서 순수하게 새로 발행한 규모가 1조원에 그쳤다는 것은 수요 부진 때문 만이 아닐 것으로 봐야 할 시점이다.

우량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 전용 시장이나 다름 없는 회사채 시장에서 2011년과 지난 해 순발행 규모는 각각 19조 5000억원과 17조 5000억원으로 은행 대출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김질 할 필요가 있다. 대출과 회사채만 합해도 대기업들이 지난 2년 동안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한 규모가 물경 91조 9000억원에 가깝다는 사실. 글로벌 실물경제가 불안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의 매출이 걱정되고 국내 경제가 저성장에 빠진 상태라면 요즘 대기업에겐 자금수요가 없을 만도 한 상황인 셈이다.

이 상황에 더해 중소기업들의 자금수요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저성장 덫에 갇힌 ‘자금중개 평탄화’라는 불길한 손님이 찾아온 것 아닌지도 살펴봐야 할 지점으로 떠올랐다.

기업은행이 13일 밝힌 IBK경제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있다는 기업이 26.8%로 지난해보다 8.4%포인트 줄었고 거의 모든 업종이 투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니 설비투자를 줄이며 다시 좋아지기를 기다리느라 대외 수입과 내수 모두 줄어든다면 저성장형 악순환의 한 단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투자가 위축되면 자금수요가 크게 일어나지 않아 자금난 호소가 운영자금 일부에 국한되는 속 빈 평탄함을 반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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