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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어원과 실크로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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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6-04-02 21:48

하중호 한국에티켓네트워크 회장,前 한국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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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새 각시처럼 새로운 시작이며 항상 가슴 설레는 계절이다.

어떤 사람은 밤새 실비를 타고 온다고 하며, 누구는 먼 남쪽나라 완행열차의 기적소리로 온다고도 하나 정차시간이 너무 빨라 축제처럼 뿌리고 간 꽃구경을 제대로 할 여유조차 없이 떠나는 것이 또한 봄이다. 봄의 상징은 꽃이며 흔히 개나리, 벚꽃, 진달래를 말하지만, 한국의 봄은 아마도 제주도의 유채꽃소식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그러면 풀잎도 새싹이 트고 꽃과 잎이 피며 동식물들이 온통 생동하는 계절을 가리키는 봄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와 연유를 지닌 말인가. 그 뜻과 유래를 한번 살펴보자.

순 우리말인 봄의 어원에 관하여 두 가지 설이 내려오고 있다.

어떤 이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명사형인 ‘옴(來)’이 합하여 ‘블+옴’이 되는데,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으로, 우리말 봄의 근원적 뜻은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말의 봄은 보다(見)라는 동사의 명사형 ‘봄’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더 근거 있는 어원 규명이라고 생각된다. 봄비가 오는 우수(雨水)가 지나면서 얼어붙었던 얼음이 녹고 나면, 그 가녀린 새 움에 용솟음치는 활기찬 생명의 힘이 굳은 땅덩이를 불쑥 밀어 깨뜨리며 솟아오르고, 죽은 것 같던 앙상한 뽕나무 가지에 파아란 새싹이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돋아나오며, 잠들었던 미물까지 꿈틀거리고, 이름 모를 멧새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 고운 목소리로 사랑의 노래를 구가하면서 보금자리를 드나드는 이 위대한 자연의 섭리로, 활기차게 소생하는 모습들을 ‘새로 본다’는 뜻으로 새봄이란 준말도 생성되었으리라.

중국의 한자로 봄을 뜻하는 ‘춘(春)’은 어떤 의미의 글자인가 살펴보면 흥미롭다.

이 글자는 원래 두 상형문자를 합해서 이루어진 회의문자(會意文字/둘 이상의 한자가 합하여 뜻이 합성된 글자)이다. 뽕나무 상(桑)자의 옛 상형문자와 해를 뜻하는 날 일(日)자의 옛 상형문자를 합한 회의문자가 다름 아닌 춘(春)의 옛 글자이다. 따라서 봄을 가리키는 한자 춘(春)은 따사한 봄 햇살을 받아 뽕나무의 여린 새 움이 힘차게 돋아나오는 날을 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중국 사람을 비단장사 왕 서방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중국대륙을 횡단하는 대 장정(長程/길)을 실크로드(비단길)라 일컫는 것을 두고 보더라도 일찍부터 이곳에서는 뽕나무를 잘 가꾸어 누에를 쳐서 비단 생산으로써 세계적인 비단 수출국으로 이름을 얻고 또 이것으로 치부하여 부를 누린 나라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거니와 봄 춘(春)자가 뽕나무 움돋는 날이라는 뜻으로 생긴 이름이라는 것도 매우 인상적일뿐더러 과연 그렇겠다고 수긍이 간다.

이러한 뜻은 영어권에서 봄을 가리키는 ‘Spring’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영어의 Spring(봄)이라는 단어는 원래 돌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콸콸 솟아 나오는 옹달샘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솟아나온다’는 뜻을 담아 땅을 뚫고 새 움이 돋아나오고, 죽은 것처럼 앙상하게 메말라 보이던 나무 가지에 파아란 잎이 새로 돋아나오며, 꽃잎이 터져 나오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도 뛰쳐나오는 계절인 봄을 뜻하는 오늘의 말 Spring으로 정착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 봄 절기의 이름에 얼음을 녹이는 봄비가 내린다는 뜻을 가진 우수(雨水)와 얼음이 녹아 깨져 나가는 소리에 놀라 겨울잠에서 개구리도 깨어나 뛰쳐나온다는 뜻을 담은 경칩(驚蟄)이, 한자의 춘(春)이나 영어의 Spring이나 마찬가지로, 그 뜻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Spring이 용수철이라는 쇠붙이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튕기쳐 솟아나오는 힘을 근거로 하여 그것을 상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봄에 대한 느낌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뽕나무 새순이 돋는 날임을 가리키는 한자 춘(春)의 어원이나, 삼라만상의 생기가 새로 솟아올라 온다는 뜻을 담은 영어의 Spring의 어원이나 모두 자연이 주체가 되어 솟아오른다는 자연 중심의 명명법에 의한 이름임에 반하여, 우리말 봄은 사람이 주체가 되어 대자연의 움돋는 생기와 활기 넘치는 활동의 재개를 새롭게 본다는 인간 중심의 명명법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한자 춘(春)이나 영어 Spring과 같은 자연 중심 명명법에 의한 이름보다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자연을 대상으로 삼아 활기 넘치는 새 모습을 본다는 순우리말의 봄이라는 이름이 훨씬 차원 높은 발상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말의 깊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며,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 앞에 절로 머리 숙여진다. 봄은 희망, 새로움 그리고 젊음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취하여 잠시 봄의 유래를 살펴보았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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