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본질 외면한 경제 정책 ‘과잉 유동성’ 대책 없어

강종철

webmaster@

기사입력 : 2003-06-04 22:50

경기 침체에 개혁 뒷전, 재벌에 투자 호소
선도적 정책 없이 땜질 처방 일관 비판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 경제難…정부의 뒤늦은 인식


한국 경제가 일련의 외부 충격과 국내 소비 부진으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으며 이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원투 펀치, 대통령에게 곤경 안길지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경제가 수출수요 감소와 가계신용 위기, 기업 회계부정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북핵문제라는 지정학적 요인까지 겹쳐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3.7%로 둔화되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해 1.4분기 49% 가까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새로 출범한지 1백일이 된 노 대통령의 한국정부에 이러한 경제적 곤경은 놀라운 정도이며 한국의 대북정책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경노선에 더욱 근접하게 된 것도 경제적 우려가 작용한 탓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의 유일한 존립 근거인 개혁조차도 물 건너가게 생겼다는 진단인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 동안 취임이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외면한 채 조금만 더 두고 보자는 말만 반복하던 중앙은행 총재도 이제 와서는 경제가 장기 침체로 접어들고 회복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다는 금기시되는 말까지 하면서 뒷북을 치고 나서 급기야는 경제 팀장들을 바꿔야 한다는 ‘인적 청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도 기껏한다는 일이 대통령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왔다는 책임이라도 전가할 모양으로 대통령과 재벌 총수간의 식사 자리 만들기에 분주한 실정이다.



■ 임기웅변식 경제 처방 여전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경제팀이 한일은 ‘경제의 조타수’가 아니라 ‘경제 기동 타격대’ 내지는 ‘경기 땜질용 응급 복구반’ 구실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 활성화시킨다고 금리를 인하했는데 시중자금이 예상했던 대로 증시로 안가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니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새정부 출범이후 무려 11번의 부동산 관련 시장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시중의 부동 자금은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여전히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눈치를 보고 있다. 풍선에 바람(과잉 유동성)이 잔뜩 들었는데 한쪽(부동산)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몰리고 심하면 풍선이 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편에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하려는데 아직까지 추경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도 못하고 있다. 일단 돈부터 타놓고 바람이나 잡자는 생각이다.

매사가 임기응변식이다. 임기응변은 문자 그대로 단기적인 눈가림이자 입막음이지 근본적인 대처방법은 아니다.



■ 자금 선순환 대책이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돈은 넘쳐나는데 이 돈을 바른 곳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지금 시중에는 단기 유동자금이 400조원에 달하고 기업들도 단군 이래 최대의 여유 자금을 확보해 놓고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했다. 제조업 매출액경상이익률은 4.7%에 이르렀으며, 이것은 미국과 비슷하고, 일본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넘치는 돈을 부자에서부터 가난한 이까지 고루 돌아가게 선순환 시키고 생산과 투자로 유도하는 일은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다. 경제관련 공무원들은 모두 이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민간에서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우리 경제가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한 당연한 일이다. 기업이나 자산가들 더러 경제가 어렵다고 자선사업가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부동산 투기가 만연한다고 해서 투기지역 지정만 남발하고 억제 정책만 펴서 부동산 경기까지 죽이지 말고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투기를 근절하자는 정책이 자칫 경기를 급냉시켜서 국민경제를 더 어려운 지경으로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경기부양의 필요악…부동산

지금 국내경기는 부동산 경기와 건설경기에 의해서 지탱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자고 부동산 수요와 가격을 억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내 경기의 하강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악순환 정책이 또 시행되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다.

대신 자산가들이 제일 걱정하는 상속이나 세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장기 무기명 국채를 발행하여 그리로 과잉 유동자금을 흡수한다거나 분식회계를 하지 않고도 충분히 수지가 맞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확신을 심어주거나 모럴헤저드라는 명분에 매이지 말고 신용불량제도 자체를 개별 금융기관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중앙에서 집중관리하는 제도를 철폐하여 서민들이 다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거나 아직도 정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찾아보면 많다.

강남 부동산 투기만 해도 그리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가 앞장서서 강남땅만 사람이 살기 좋게 만들어 주면서 사람이나 돈이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이며 단기적인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만약에 정부가 강남의 녹지를 풀어 서민 임대 주택을 건설하고 재건축 아파트도 몇십평짜리 큰 것만 짓게 할 것이 아니라 한 단지 안에 5평짜리 원룸에서부터 10평짜리 서민주택도 동시에 건설하도록 하면 강남아파트 값만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일은 덜할 것이다.

새로 생기는 신도시가 강남을 대신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강남의 명문 사립학교를 파격적으로 넓은 부지를 제공한다던가하는 특별대우를 해 주며 신도시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그 자리에 서민아파트를 건설하는데도 과연 지금처럼 강남 아파트 값만 오를지 모르겠다.



■ 경기부양 후 가계부채 잡았어야

가계부채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980년대 말 미국처럼 선순환 정책을 선택했더라면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980년대 말의 미국 가계부채 상황은 지금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했다.

서민은행인 저축대부조합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일부 상업은행까지 타격을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미국정부는 가계부채를 먼저 줄이는 악순환의 정책을 택하기보다는 경기를 상승시켜 가계부채의 비중을 낮추는 선순환의 정책을 선택했다. 그래서 미국경제를 1990년대의 초장기 호황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과는 반대의 정책을 선택하고 말았다. 가계부채를 먼저 억제했고, 이에 따라 소비지출이 부진해지면서 국내경기도 후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계부채의 국가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 시급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사회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가 안정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100일이 넘어서면서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비례해서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다. 물론 신정부 출범 이후 모든 정책이 잘못 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새정부에 불만이 많은 것은 인간생활에 가장 원초적인 이유 즉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 기본적으로 향후 5년간의 방향설정 및 목표치를 위한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출범 100일된 지금 과연 이정부의 경제관련 국정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나머지 단추를 잘 끼워도 어긋날 수밖에 없다. 다시 풀러 처음부터 다시 끼우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두 번째 단추를 꿰기 전에 첫 단추를 풀러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강종철 논설위원



강종철 기자 kjc01@epaygen.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