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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 청탁 유죄 2심서도 유효할까

산업부

김승한 기자

기사입력 : 2017-09-04 02:04 최종수정 : 2017-09-26 23:41

[한국금융신문 김승한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이끌어냈다. 수사와 재판을 오가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하면서 혐의 입증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허나 1심 판결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유죄 근거로 본 재판부의 판결이 적절했는가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의 공방은 치열하다.

포괄적 현안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묵시적 청탁으로 유죄를 이끌어 낸 것이 올바른 판단이냐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포괄적인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묵시적 청탁으로 보며 이를 유죄 근거로 삼았다.

부정청탁은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가 없으며, 공무원과 민간인이 뇌물수수를 공모했다면 공무원이 받은 것과 같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그러나 재계는 혼란스럽다. 정경유착이냐 단순 정책협조냐에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묵시적 청탁을 조금만 확대하면 저촉되지 않는 기업은 없다고 주장한다. 또 기업 운영 차원에서 국가 최고 권력자의 요청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것이란 설명이다.

확실한 증거 없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것은 법정증거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법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정책협조, 정경유착이라 치부하기에는 법적 근거와 기준이 명확치 않다고 설명한다.

이에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묵시적 청탁과 관련, 1심 재판부 판단을 변호인단이 반증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렸다.

변호인단은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명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재판부의 판단과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와의 공모를 입증하지 못한 것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는 판단을 얻어낸 부분과 청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의 없다는 점도 적극 파고들어 사실 입증에 총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특검이 주장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관계가 ‘경제적 공동체’로 볼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라고 다투면 이 부회장이 선고받은 징역 5년의 형이 더 늘어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심이 판단한 뇌물공여 논리를 깨지 못한다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항소심은 통상 1심 선고 후 50일 전후로 진행되며, 9월 말이나 10월 중순께 재개될 전망이다.

뇌물공여 등 5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기존 논리를 굳히려는 특검과 이에 맞선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판부가 유죄 판단 근거로 내세운 묵시적 청탁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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