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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사각지대 외면하는 보험사들

금융부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 2017-08-28 00:08 최종수정 : 2017-08-28 14:58

[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보험의 근간은 상부상조 정신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를 공동으로 대비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는 원리다.

‘공정한 차별(fair discrimination)’ 역시 보험료 산출 원칙의 하나다. 보험업계는 이에 따라 사고시 부과 보험료로 적절한 보장이 어려울 만큼 위험도가 높거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큰 경우 다수의 계약자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보험 계약 인수를 거절해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 누구보다 보험 가입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보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자들의 직업을 위험도에 따라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직업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소방공무원이나 경찰관의 경우 보험사들이 분류하는 직업별 상해위험등급(A~E)에서 하위 등급인 D등급에 해당돼 보험 가입에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을 우려한 민간 보험사들에서 계약 인수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박선숙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동부생명은 인명구조원 등 구급요원과 소방관의 실손보험 가입을, 푸르덴셜생명은 구급요원들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생명은 경찰관의 가입을 거절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달 계약자들에 대해 이같은 차등을 두는 것은 차별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보험가입이 거절되는 직업군은 해경·군인·소방관·경찰·집배원 등 공공업무 직업군을 비롯해 환경미화원, 자동차영업원 등이 해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 종사자나 의료종사자 역시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당했다.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직업군임에도 불구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생활 안전성은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소방공무원이 별도의 인수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는 생명·실손의료보험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민간 회사인 만큼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위험한 직종을 모두 받아들이면 전체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손해율이 높은 위험직군에 대한 언더라이팅을 강화해 가입자를 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부 고위험 직업군 종사자에게 높은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직업별 보험료 편차가 심화될 수 있어 새로운 민원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쳤을 때 서로 부담을 나누는 공적인 측면이 큰 금융산업이다. 연합하고 분담하는 것이 보험의 기술이라면 보험회사들은 철저한 언더라이팅을 통해 위험성이 높은 직업군에게 보다 기준을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

단순히 ‘위험도가 높은 직업군’이라는 이유로 모든 가입자의 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공정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같은 직업이라도 맡은 업무에 따라 위험도가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부상조라는 보험의 본질을 고려했을 때 보험회사가 손해율이 낮은 소비자만 골라 인수하는 것은 보험산업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고위험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인 제도 개편에 힘써야 한다. 손해율에 따른 가입 거절 대상 선정이 보험회사의 고유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도 당국과 보험업계의 역할일 것이다.

국내 보험산업이 하루빨리 국민들의 신뢰도를 회복하고 보험의 본질적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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