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2위 다툼’ 한화·교보생명, 같은 듯 다른 행보

김민경 기자

aromomo@

기사입력 : 2017-05-29 03:23 최종수정 : 2017-05-29 08:23

한화생명, 국내 최대규모 신종자본증권 ‘완판’
교보생명, 해외신용등급 힘입어 조달금리 낮춰

[한국금융신문 김민경 기자] 차남규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과 신창재 회장이 리드하는 교보생명의 ‘2위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서로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여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에 대비한 자본확충 방안으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전세계적으로 일렁이는 4차 산업의 물결에 발맞춰 인슈테크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 신종자본증권 발행해 자본확충 꾀한다

2021년 도입되는 IFRS17에 대비해 보험업계의 자본확충 시계가 빨라졌다. IFRS17은 세계 주요 국가 보험업계의 회계방식을 통일하는 것이 목적이다.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시가 평가 방식이 현행 원가에서 시가를 반영해 평가하도록 변경된다. 보험계약의 수익과 비용인식도 달라져 지금까지는 보험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 전액을 보험회사의 수익으로 인식해왔으나 IFRS17이 도입되면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환급금 등은 제외하고 보험사가 가져가는 순수 대가만을 수익으로 인식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IFRS17 연착륙 방안으로 내달부터 개정 RBC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험 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를 2018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 자산 듀레이션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부채 듀레이션만 늘어나면 보험회사는 금리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금리위험액이 늘면 보험사에 요구되는 자본량도 증가해 결국 RBC비율이 급락하게 된다. ISAB(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18일 IFRS17 기준서를 확정, 발표했다. 당초 회계기준원이 밝힌대로 이번 기준서 내용은 2월 정례회의때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어로 작성된 기준서 번역에 6개월이 소요되고 보험회사마다 상품 구조가 달라 제각기 적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섰다. 국고채 5년물 금리에 270bp를 가산한 4.582% 금리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인 초장기채로 국내 투자자풀이 좁고 요구 금리 수준도 높다.

따라서 당초 시장에서는 한화생명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명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개 보험사들은 비교적 발행하기 쉬운 후순위채권를 자본확충 수단으로 선택해왔다. 지난 2014년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업계 최초로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사례는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과 RBC비율 수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전망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가져 만기시에도 전액을 모두 자본으로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서도 총 5550억원 가량이 매수주문에 참여했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에서 비교적 높은 금리와 30년 만기에 5년 콜옵션이 붙어 투자자들의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 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은 미국 국채 5년물 수익률에 가산 이자율을 더해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23일 기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는 1.79%로 한화생명과 같은 가산 이자율 270bp를 적용하면 4.49% 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생명 4.58%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3월 기준 RBC비율이 235%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교보생명이지만 IFRS17 도입과 더 엄격해진 신지급여력제도(RBC)에 선제적 대비 차원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이 해외발행을 선택한 이유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해외 시장의 수요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자사의 국제신용등급이 높아 유리한 금리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FRS17이 도입되고 자산 듀레이션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교보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달러 발행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개정 RBC제도로 보험 부채 듀레이션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보험사들에게 해외 투자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내 풀에는 장기 투자처가 적어 해외 영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

국내에서 자본을 확충한 한화생명 등은 이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며 통화스와프(CRS) 금리를 더 부담해야 하지만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달러로 발행해 해외 투자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로 인한 통화스와프 금리를 반영하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적용받게 돼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지로 고를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에서 해외신용등급을 부여받은 유일한 보험사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로부터 각각 A1(안정적)과 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풀에서는 연기금을 제외하고 장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보험사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교보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달러 발행은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라는 상당한 물량을 ‘완판’한 한화생명도 해외발행에 대해 긍정적인 모양새다.

다만 아직 해외 신용등급이 없어 교보생명만큼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자산 규모에 미루어 볼때 교보생명이 소폭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고 차이가 클 것 같진 않다”며 “이번 대규모 발행으로 국내 투자풀은 거의 포화상태로 보이기 때문에 한화생명도 아마 다음 차례는 해외 발행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있어 두 보험사의 발행금리는 큰 의미가 있다. 통상적으로 채권의 발행금리는 회사의 신용등급과 연계돼 미래가치를 반영하기 때문. 회사 규모와 내실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해지는 일종의 객관적 지표와 마찬가지인 탓에 발행금리에 두 회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후문이다.

◇ ‘인슈테크’ 강화해 미래 먹거리 시장 개척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생보업계에서 손꼽히는 인슈테크 강자로도 유명하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상무가, 교보생명은 김욱 전무가 인슈테크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수적인 보험업계 가운데서도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최고혁신책임자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올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장 변화에 보조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빅데이터’, ‘모바일’, ‘핀테크’ 등 3대 역량 강화를 목표로 전사적 혁신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상무는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보아오포럼’에 2년 연속 정회원으로 참석하는 등 핀테크 선두주자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경영진의 ‘핀테크 사랑’ 아래 업계 최초로 핀테크 기반의 중금리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또한 ‘드림플러스’ 등 핀테크 육성센터를 설립하는 등 혁신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드림플러스는 청년창업 지원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한화그룹의 의지로 IoT 등 ICT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드림플러스 1기에 선정된 ‘레드벨벳벤처스’는 통합보험관리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보맵(bomapp)’을 출시해 한화손해보험과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화생명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관리 선진화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서비스는 보험 청약 시 연령·직업·소득 등이 유사한 사람들과 보험 가입 정보를 비교해 고객의 보험 상품 선택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핀테크 기반 사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인슈테크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역시 성숙기에 접어든 보험 시장의 대안으로 인슈테크를 주목했다. 특히 신창재 회장은 과거 교보악사(현 악사손해보험) 시절부터 다이렉트 보험에 주목하는 등 보험 산업의 혁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영업을 시작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역시 교보생명이 고객지향적인 가치를 내걸고 출범한 업계 최초 인터넷 전업 보험사다.

교보생명과 일본에서 인터넷 생명보험의 성공 스토리를 써낸 라이프넷생명이 공동으로 설립해 대표 온라인 생명보험사로 우뚝 선 것.

2015년 말 출범한 교보생명 내 핀테크추진TF는 김욱 디지털혁신담당 전무가 이끌고 있다. 면대면으로 이뤄지던 기존 서비스를 벗어나 IT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교보생명은 최근 정부가 주관하는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사물인터넷 활성화 기반조성을 위해 미래부가 주관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시행하는 블록체인 시범사업으로 해당 분야의 서비스 개발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 정부가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교보생명이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구현할 핵심 기술은 블록체인과 IoT 간편 인증 기술을 활용해 보험계약자에게 실손보험금 등 소액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병원비 수납 내역과 보험사의 보험계약 정보만으로 보험금을 자동으로 지급할 수 있게 돼 고객들은 의무기록을 발급받거나 보험사를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보험금 금액이 적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청구를 꺼려왔던 소비자들까지도 누락 없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보험사 역시 보험금 지급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어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교보생명의 설명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오랜 기간 동안 시스템 개발을 준비했다”며 “이번 블록체인 기술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보험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aromomo@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한국금융포럼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FT도서

더보기